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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월街 위기관리 타산지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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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월街 위기관리 타산지석을

입력
2001.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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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1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동시에 발생한 여객기테러 사건은 기업경영에서 위험관리(riskmanagement)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게 했다. 기업경영에서 위험관리란 기업이 경영활동에서 접하게 되는 불확실성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로 인해 입을 수 있는손실을 줄이거나 없애고자 하는 활동을 말한다.여기서 위험(risk)이란 기업이 창출해 낼 미래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을 의미하며, 위험이 크다는 것은 잠재적 손실규모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가 끼친 경제적 손실은 일상적으로 기업이 입을 수 있는 손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것이다.

현재까지의 추정에 의하면 보험회사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우리 돈으로 약 4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지진, 대화재, 대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끼치는 손실의 규모와 맞먹는 액수다. 이러한 규모의 위험은 통상적인 위험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위기(crisis)상황으로 특징 지워질 수 있다.

이 같은 위기상황을극복하기 위한 사전적인 조치를 위기관리(crisismanagement)라고 한다. 위기관리는 위험관리의 특수한 형태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위험관리의 수단으로 선도 선물, 옵션,스왑 등의 파생상품을 이용한 헤지(hedge)기법을 생각할 수 있다. 헤지는 가격 움직임이 같은 방향인 자산들에 대해 반대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위험을 상쇄시키려는 투자전략이다.

위기관리의 수단으로는 일반적으로보험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건으로 인한 잠재적 손실규모가 보험회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면 보험 외의 위기관리 수단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월가의 많은 금융회사들이 적절한 위기관리를 통하여 테러사건의 피해를 극소화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아직 잘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이들은 1987년 주가대폭락 사건이후 위기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1993년 세계무역센터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이후 긴급시 대책(contingency plan)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고 한다.

모건 스탠리사의 경우 사건발생 직후 자체의 안전관리지침에 따라 종업원을 대피시켜 3,700명의 종업원 중 15명만이 실종돼 큰 화를 면했다.또 타 지역에 설치해 둔 완벽한컴퓨터 보조시스템 덕분에 사건발생 48시간 이내에 완벽한 정상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가장 큰 브로커로 알려진 캔터 핏제랄드사의 경우도 특기할 만 하다. 비행기가 이 회사 사무실을 덮쳐 전체 종업원 1,000명 중 이곳에서 일하던 680명 전원이 참사를 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건발생 이틀 후에 부분적으로 영업을 재개하였다고 한다.

이는 자동화된 전자거래시스템이 이회사 영업활동의 80% 정도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한다.

미증유의 인적재앙에 대처하여 앞의 두 회사를 포함한 다수의 금융기관들은 참으로 놀라운 탄력성을 보여 주었다. 뿐 만 아니라 이들은 '기업이 생존을 위해서는 전통적 개념의 위험관리 뿐 아니라그 차원을 넘어선 위기관리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주었다.

위기관리를 포함한 위험관리의 출발점은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위험과 위험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고하게 갖는 것이다. 흔히 이익을 창출하는 것만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입게 될 손실을 줄이는 일 또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점을명심하여야 한다.

한편 위험관리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비용을 수반한다. 헤지를 담당할 전문인력을 양성하거나 유치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돈, 그리고 위기관리에 필요한 핵심 서비스에 지불되는 수수료등은 사소하지 않다.

최고경영자가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위험관리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위험관리로부터 얻는 이득이 소요되는비용보다 크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테러사건과 이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의 증가가 우리나라 기업들로 하여금 위험관리에 좀 더 많은 노력을쏟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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