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중국 지린(吉林)성 동부에 있는 조선족 자치주■새 정의: 촌스럽고 신비하고 낯선 곳
■용례: “저희 련변에서는 60년묵은 지렁이는 지렁이도 아닙니다. 돌보다도 많습니다.”
“우리 련변에서는 60년묵은 지렁이를 얇게 말려 고걸 쫙 핀 다음 말아서 귀고리로 씁니다.”(옌볜 총각)
“그 귀한 60년 묵은 지렁이로 왜 귀고리를 만드니?”(선생님)
“저희 련변에서는 60년 묵은 지렁이는 지렁이도 아닙니다. 돌보다도 많습니다. 고저 100년은 묵어야 아 저거 비 뿌리면 나오겠구나 합니다.”(옌볜 총각)
“련변은 정말 대단한곳인 것 같다. 꼭 한 번 가보고 싶다.”(선생님)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엔볜 총각’의 독특한 말투와 과장된 표현이 큰 웃음을 자아낸다.
물론 인기 이면에는 옌볜이라는 낯선 공간의 신선함도 한 몫 한다. 귀한 호랑이, 곰, 뱀 등이 지천으로 널려 수백 년,수천 년씩 살아간다는 말에 옌볜은 신비한 공간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옌볜을 하나의 문화코드로 끌어 올린 KBS ‘개그콘서트’ 신성진 작가는 “일반적으로 노출되지않았던 지역을 과장해 표현한 것이 인기 요인”이라며 “옌볜이라는 독특한 공간이 웃음 소재로 잘 들어맞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북동부 지린(吉林)성 내에 있는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는조선족 85만 명이 집단적으로 모여 사는 지역이다.
예로부터 간도라는 지명으로 알려져 왔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조선족’ 혹은 재중동포는 대부분 이곳 출신이다. 10년 전 백두산 길이 열리고,조선적 동포들이 밀입국하기 시작하면서 옌볜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옌벤은 그렇게 이미지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불법 체류 밀입국, 위장결혼, 여권발급 사기.
일반인이 쉽게 가지 못하는,그래서 언론을 통해 형성된 부정적 의미로만 이해됐다. 공식집계된 불법체류자만 6만 여 명.
실제로는 수십 만 명의 중국동포들이 식당 종업원, 파출부,막노동꾼 등 사회의 3D업종을 떠맡으면서 우리 주위에 살고 있다. 서울 가리봉동의 중국동포 타운에서도, 도심의 갈비집에서도 우리는 쉽게 옌볜사람을만난다.
“아직도 옌볜에서 왔다고 하면 촌스럽고 현실감 없다고생각한다. 하지만 그곳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격렬했던 항일운동의 본거지, 척박한 타지에서 민족문화를 지켜낸강인한 면모가 살아있는 곳이다.”중국동포 이모(41)씨의 항변이다.
잘 사는 모국에 의해 만들어진 ‘못 사는 나라’ 엔볜의 이미지가 웃음의 대상으로 변질되는 과정에서 대중의 인식은 또 한 번 오도되고 있다는 울분이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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