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개입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다른 관련국에게 통보함에 따라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특히 아프가니스탄 주변에 병력 배치를 완료한 미국의 이번 증거 내용통보는 공격을 위한 명분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지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은 2일 100여명의 회원국 대표들과 함께 프랭크 테일러 미 국무부 대(對)테러 조정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직후 “나토의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하는 데 ‘만약(if)’이란 단어는 삭제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빈 라덴의 테러 조직인 알 카에다가 범행을 지휘했다는 꼼짝없는 증거를 제시, 조건을 달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화법은 보다 직설적이다. 그는 “빈 라덴이 이번참극을 조직화했다”며 “탈레반은 빈 라덴을 인도하든가, 권력을 포기하든 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톤을 높였다.
이런 반응은 동맹국 뿐이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빈 라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설명을 납득한다”며 “테러리스트들은 숙주 기생에 익숙한 박테리아로, 이를 박멸하기 위한 세계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리아즈 마하마드 칸 파스스탄 외무부 대변인도 “빈라덴의 개입을 보여주는 증거가 도착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특별보안’요청으로 결정적 증거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증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은 많다.
무엇보다 납치범 중 주모자로 알려진 무하마드 아타와 알 카에다의 재정책임자로 알려진 셰이크 사에드(일명 모하메드 아흐마드)간에 이뤄진 송금은 빈 라덴의 자금 제공 혐의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에드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두바이 은행에 개설한 계좌에서 9월 8일과 9일 두 차례 걸쳐 거액 송금이 이뤄졌다.
또 아타와 다른 납치범들이 자살 테러 직전 사에드의 같은계좌로 돈을 보냈는데 이 돈은 범행을 위해 쓰고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가디언은 남은 자금을 반납하는 것은 알 카에다의 조직 특성이라고 보도했다.
감청과 위성 탐지 정보도 제시됐다. NBC 방송은 빈 라덴이 지난 달 9일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던 계모에게 전화로 “이틀 뒤 엄청난뉴스를 듣게 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을 담은 테이프를 미국이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납치범 일부가 빈 라덴 훈련소에서 테러 교육을 받았다는 알 카에다전향자의 증언도 있다.
문제는 증거의 질이다. 가디언은 “총에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식의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범행 연계가 될 만한 모든 영역의 정황 증거를 꿰매 설득력을 높였을 것으로 이 신문은 추정하고 있다. 나토 관계자는 “빈 라덴일당을 법정에서 끝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증거에 정치적 의미가 부여됐음을 시사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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