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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 전설속 묘수 '진신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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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 전설속 묘수 '진신두' 등장

입력
200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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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의 묘수 ‘진신두(鎭神頭)’가 국내 프로기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주인공은 이창호9단.지난 달 28일 한국기원서 열린 제6회 LG정유배 프로기전 결승 2국에서 이 9단은 돌 하나로 두 개의 축을 방어하는 진신두(흑71)를 놓아 최명훈 8단을 81수 만에 불계로 눌렀다.

일본 프로바둑에서는 1996년 제20기 일본기성전에서 조치훈 9단이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9단을 상대로 구사한 적이 있다.

진신두는 중국 당(唐) 선종(847~859)시대의 바둑 1인자 고사언(顧師言)이만든 신수.

당의 문화를 기술한 ‘두양잡편(杜陽雜編)에 기록돼 있다. 당은 바둑을 장려한 나라로 바둑이 4대 기예(금기서화ㆍ琴棋書畵)에 들 정도였다.

당시 일본의 바둑 1인자인 일본 왕자가 바다를 건너 선종 앞에서 고사언과 ‘국제기전’을벌였다. 초반부터 판세를 압도한 일본 왕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사언이 돌을 던지기만을 기다리는 상황. 순간고사언은 다 잡힌 두 개의 축을 동시에 살리는 절묘한 수(백 △)를 놓았고 거꾸로 일본 왕자는 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바둑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킨 ‘신수(神手)’였다.

이 9단과 최 8단의 대국은 초반에는 긴 대국이 예상됐지만 하변 공방에서 최8단이 백38로 끊고 이 9단이 흑39로 내려서면서 거친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양 기사의 기세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 8단의 백50 젖힘수가 실수. 진신두를 불러들인 통한의 패착이 됐다.

이후로는 거의 외길 수순. 최 8단은 몇 수를 더 두다가 대세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을 던지고 말았다.

신수를 구사하면서 승리한 이창호 9단은 이 대회에서 2연승을 거둬 나머지 3국중 한 번만 이기면 우승컵을 차지한다. 또한 최근에 벌어진 제32기 SK명인전 도전기에서 유창혁 9단에게 당한 2패와 제20기 KBS바둑왕전에서 이세돌 3단에게 당한 1패 등 3연패의 수렁에서 거뜬히 탈출했다.

이 9단의 다음 대국은 5일 열리는 명인전 도전기 제3국. 이미 도전자 유창혁9단에게 2패를 당해 벼랑 끝에 선 입장이다.

진신두의 힘으로 기운을 차린 이 9단이 대역전 드라마를 일궈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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