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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마리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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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마리포사

입력
2001.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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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판 '아름다운 시절'과거에 대한 추억을 자극하는, 낭만적인 성장 드라마. 첫 인상은 그랬다.

하지만어린 몬초(마누엘 로자노)의 성장통은 너무나 아프다. 자신이 따르던 선생님을 ‘빨갱이’ ‘무신론자’라고공격하며 마침내 돌팔매를 던지게 되는 현실이 비정하다.

호세 루이스 쿠에르다 감독의 ‘마리포사’는 내전에 휘말린 1930년대 스페인 북부의 갈리시아를 배경으로 몬초가 세상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담았다.

그레고리오 선생님(페르난도 페르난 고메즈)과의 첫 만남에서 바지에 오줌을 싸고 교실을 뛰쳐나가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몬초는 성당보다 학교가, 신부님보다는 공화주의자인 선생님이 좋아졌다.

그레고리오 선생님은 매도 절대 들지 않고, 부잣집 아들과 차별하지도 않고, 아는 것도 많다. 몬초는 그레고리오로부터자연과 세상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배우며 의젓해진다.

아버지는 공화주의자이고, 어머니는 가톨릭 신자인 몬초네 집은 혼란한 스페인 정국의축소판이다. 그래서 ‘마리포사’는 역사의 은유로도 읽혀진다.

정파로 나뉘어 다투는 어른들, 몬초가 단짝친구와 함께 남녀의 정사를 엿보는 장면이 낯익다.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의 스페인판 같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낭만적이면서 결말이 서글프다. 파시스트에게 끌려가는 그레고리오에서 몬초가 먼저나서서 돌을 던지는 모습에는 무의식적으로 폭력에 길들여져 가는 인간의 비극이 엿보인다.

감독은 “현실에는 눈으로볼 수 있는 것 만큼이나 보지 못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마리포사’는 나비를 뜻하는 스페인어. “자유를잃는 것은 존재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소신을 펼치던 그레고리오가 몬초에게 알려준 비밀 하나.

나비도 평상시에 스프링처럼 돌돌 말려있는 혀를 지니고 있다는 것. 흔히 나비는 자유의 상징으로 사용되지만, ‘마리포사’는 인간의 눈으로는 포착하기 힘든 자연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대변한다. 1999년 선댄스영화제 개막작.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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