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 총각, 안녕하세요. 추석은 잘 지냈나요.주말마다 당신이 나오는 '개그 콘서트'(KBS2)의 '2001 봉숭아 학당'을잘 보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 식구 모두 한바탕 실컷 웃곤 해요. 특히 700년 묵은 파리 날개를 나이트 클럽조명으로 쓴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뻥'과 '왔다 입니다'를 연발하는 약장수식 말투, '어릴 적이었습니다'로 시작해 쉬지 않고 질러대는 '절규'가 배꼽을 잡게 합니다.
알록달록 셔츠에 빨간 스카프를 맨 채 눈, 코, 입이 따로 노는 듯한 생생한 표정도 정말 일품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당신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추석이라고 30일의 '개그 콘서트'는 두 배나 길었고 2일에는 100회를 맞았다며 또다시 특집을 하더군요. 당연히 그 중심은 당신이었습니다.
우리는 4월 당신이 처음 출연했을 때부터 이제까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당신덕에 무명이었던 강성범(그는 같은 프로에서 '수다맨'도 연기합니다)은 불과 6개월도 안 되어 최고 인기 개그맨이 되었더군요. 지난 일요일에는 영화정보 프로그램에도 나옵디다.
그런데 옌볜 총각, 우리가 왜 당신을 보고 웃고 즐거워 하는지 압니까?
그것은당신이 참신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모습, 말투, 이야기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을 끄집어 내기 때문이죠.
그러니당신이 자주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그래서 당신에게 익숙해지면 질수록 우리가 당신을 보고 웃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마치 영구, 맹구, 사바나의추장 등 당신 이전의 캐릭터들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우리는 당신을 만난 지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았고아직은 당신이 이번에는 또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할까 기대합니다. 대충 무슨 말을 할 순서인지 짐작은 하면서도요.
그러니 옌볜 총각, 부디 자신의 모습을 아끼세요. 아무리 추석이고 명절이라고해도 지나친 출연을 자제하세요.
물론, 당신의 뜻이 아니라 당신을 고용한 방송국의 의지겠지요. 방송국과 얘기가 잘 안되면 당신을 연기하는 그 개그맨에게라도얘기하세요.
강성범이 실제 모습을 자주 보여줄수록(실제의 그는 별로 웃기지도 않습니다), 옌볜 총각의 참신함은 떨어질 뿐이라고.
그것만이 당신이오래오래 사랑 받는 길입니다. 물론, 우리도 더 오래 웃을 수 있는 길이고요.
잔소리가 길었습니다. 그럼, 옌볜 총각, 앞으로도 재미있는 얘기 기대할게요.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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