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 수사로 인해 1년 가까이 묻혀져 있던 ‘정현준 게이트’가 되살아 날 전망이다.이경자(李京子ㆍ57ㆍ여) 동방금고 부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김형윤 국정원 전 경제단장이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ㆍ43)씨와도 알고 지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사건의 연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더욱이 국정원이 이씨가 보물선 사업을 주가조작에 이용하기 전에 이미 사업타당성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따라서 이씨 수사 결과에 따라 국정원 고위간부는 물론, 정ㆍ관계 인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현준 게이트’는 벤처업계 인수합병(M&A)의 귀재로 각광받던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 정현준(鄭炫埈ㆍ33)씨가 사채업자 출신의 이 부회장 등과 공모, 2,200억원대의 동방금고 자금을 불법대출, 횡령한 사건으로 광범위한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검찰은 당시 이른바 원금보장형 ‘정현준ㆍ이경자펀드’ 가입자 650여명을 조사하는 한편, 정ㆍ관계 로비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자살한 장래찬(張來燦) 전 금감원 국장 등 몇 명의 수뢰사실만 확인했을 뿐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
공교롭게 ‘이용호 게이트’ 역시 ‘정현준게이트’와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CRC(구조조정 전문회사)라는 신종 업체를 통해 단기간에 급성장한 이씨가 사채업자 출신 신용금고 운영자최병호(46)씨 등과 공모, 300만달러의 해외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펀드를 운영한 수법이나 정ㆍ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등이 유사점.
야당 등에서는 이를 두고 ‘주식갑부’들을 ‘정치자금 수혈창구’로 활용해 온 현 정권의 수법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들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두 사건의 연관성은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 정보기관인 국정원 관계자가이 두 사건에 모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전망이다. 만일 김 전 단장이 이씨로부터 돈을 받았거나 주가조작을 공모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국정원 조직 자체도 의심을 받게 될 수 있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정씨 등과 정ㆍ관계 인사를 연결시켜주는 중간 고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도 의문점이 있으면 김전 단장을 부른다는 입장이어서 ‘윗선’으로 조사범위가 확대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국정원 고위간부의 연루의혹이 제기됐던 ‘진승현 게이트’까지다시 터져 나올 수도 있어 수사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전망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