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아시아 경제의 핵심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더욱이내년 개최될 월드컵은 서울이 국제적인 도시로 도약하는데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을 찾는 외국인의 숫자도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있다.
2000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방문객 중84.7%가 서울을 찾고 있다. 그 중 일본인 관광객은 대체로 고궁, 박물관 등 역사적 명소를, 중국인 관광객은 코엑스 몰, 63빌딩 등 서울의발전상을 엿볼 수 있는 대형 건물을 자주 찾는다.
즉, 관광객의 주된 관심 중 하나가 도시의 역사와 발전과정이며 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박물관이다.
이에 한국의 관문인 서울의 역사를 전시할 도시역사박물관이 개관 준비를 하고 있어반가운 일이다. 해외 유명 도시들 역시 탄생이후의 역사를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보존함으로써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물관은 자국민에게는사회 교육의 장으로, 외국인에게는 관광상품으로써 중요한 자원이다. 따라서 다양한 테마와 콘텐츠를 가진 박물관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국가 경쟁력과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200여 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수만 약4,600여 개로 270여 개인 국내 박물관 숫자의 17배에 이른다. 인구 비율로도 미국이 6만 명당 한 개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7만 명당 한개 수준이다.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역사박물관은 워싱턴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표하는 명소로 일 년에 수천 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그에 반해 600년 동안 한국의 심장부였던 서울은 아직까지 한국의 정체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역사박물관이 없다. 세계적 도시로 거듭나야 할 서울을 한국의 대표 도시라고 내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역사박물관은 왜 필요한가? 첫째, 한국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한 나라의 정체성은 단시일 내에 확립되는 것이 아니다.
전 국민이 공통된 역사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정립될 수 있다. 일본 교과서 왜곡 사건의경우 일차적인 원인은 일본의 잘못된 역사의식에 있겠지만, 한편에선 우리국민 스스로 역사관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탓이라는 따끔한 지적도 있다.일본 침략기를 포함한 조선의 역사를 총망라한 역사박물관이 있다면, 자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외국인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훌륭한 관광자원이기 때문이다. 최근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관광지로 박물관(40.3%)이 꼽힌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 방문객 중 가장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의 경우 유물이 국내와 비슷하기 때문에 고고유물 전시 중심의 기존 박물관이 큰 흥미를 주지 못한다는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유물이 아닌 한국인 삶의 발전과정과 모습이다. 따라서 전시 유물을 관람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한국인 선조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역사박물관이 필요하다.
역사박물관은 우리 민족의 생활사를 재조명하고,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반만 년의 역사를 지닌 문화 민족으로서 지금까지 외국인이나 미래의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변변한 역사박물관 하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흔히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다. 역사박물관을 통해 국민 개개인에게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외국인에게는 우리 고유의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박물관 건립은 국가 경쟁력을 향상을 위한 핵심 인프라에 대한 투자다.
/김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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