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2001년 국정감사는 본연의 기능인 행정부감시 및 정책 대안 제시에 크게 미흡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최악의 ‘고비용 저효율 국감’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초반엔 미국의 테러 대참사로 감사 태도가 해이했고 중반 이후에는 ‘이용호(李容湖)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여야가 각종 설(說)을 둘러싼 정치 공방에 치중, 정책 국감을 하지 못했다.
참여연대 등 3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감사연대는 최종평가 결과를 발표, “정쟁으로 얼룩진 부실 국감”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따라 사전 질문서 제출 및 사전 답변제 도입 등의 국감 제도 개선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설(說) 공방으로 정책 국감 유실
한나라당은 ‘이용호 게이트’ 를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규정, 구체적 증거없이 이니셜을 거론하며 여권 인사들의 개입설을 제기했다. ‘여운환 게이트’ ‘K K J 씨 등 3인방의 인사개입설’ 등이 잇따라 터져나왔으나 제대로 확인된 게 없다.
진상 규명은 결국 특검 몫이 됐다. 여당도 한나라당 주진우(朱鎭旴) 의원의노량진 수산시장 인수 압력 의혹 등으로 맞불을 놓거나 정부측을 비호하기에 급급했다.
물론 이용호 게이트,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 압력 의혹, 안정남(安正男) 건교장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대한 문제 제기가 진실 규명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혹 해소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각종 설만 양산, 경제 사회적인 불안을 가중시키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언론사 세무조사, 공적자금, 건강보험재정, 공교육 붕괴 등의 주요 쟁점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여야 정쟁이 낳은 부작용 중 하나. 문화위는 28일 언론 관련 증인 7명을 상대로 감사를 하려 했으나 구속된 언론사주 3명의 출석거부로 무산됐다.
▦추태여전 정무위
국감 도중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 등이 피감기관인 공정거래위 간부들과 ‘폭탄주’ 자리를 가져 물의를 빚었다. 행자위에서는 한 의원이 감사 중인 기관이 아닌 다른 기관에 대한 질문서를 읽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 공세에 맞서 피감기관장 변호에 주력해 눈총을 받았다. 또 자신과 지역구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피감기관을 압박하거나 국감기간 후원회를 열어 공무원들로부터 후원금을 거둬들이는 의원들도 일부 있었다. 시민단체 감시 등으로 출석률은 높았으나 이석이 잦았으며 피감기관의답변 태도가 예전보다 뻣뻣해졌다.
▦스타부재
역대 국감 중 이번처럼 ‘스타’가 적은 경우도 흔치 않다. 설익은 의혹 제기로 부각된 의원들을‘국감 스타’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민주당 임종석(任鍾晳) 김화중(金花中) 한나라당 정병국(鄭柄國) 오세훈(吳世勳) 의원 등은 ‘정책자료집’ 등을 내며 성실하게 정책 감사를 벌였으나 정쟁에 가려 부각되지 못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의원은 “대선이있는 내년과 총선 직전 해인 2003년에는 국감의 밀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이번 국감 준비에 정성을 기울인 의원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번에도 국감이 유실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감사
‘DJP 공동정권’ 붕괴에 따라 한나라당과 자민련간의 ‘한ㆍ자 공조’가 가시화하면서 민주당이 곤경에 몰리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재경위의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증인채택, 과기정위의 ‘감청대장’ 검증 논란 등에서 두 야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표결로 밀어붙이자 여당은 속수무책이었다.
여소야대 체제로 여당 의석수가 중요해지면서 민주당 이종걸(李鍾杰) 의원 등은 당 소속 의원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국감 기간 중 여러 상임위를 옮겨 다녔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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