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세계 마약시장 판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 탈레반이 미국과의 전쟁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취했던 양귀비 재배 금지령을 철회할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아프간은 지난 해 4,000여톤의아편을 생산, 세계 시장의 75%를 차지할 만큼 아편 생산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철저한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건 탈레반이 지난해 7월 양귀비 재배를 금지시킨 이후 아프간의 아편 생산량은 97%나 급감, 유럽에서 파운드당 15달러 하던 아편 도매값이 350 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과유엔 등은 탈레반이 미국의 공세를 기화로 한해 수천만 달러를 벌 수 있는 아편 생산을 다시 장려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AP 통신은 유엔관계자의 말을 인용, “탈레반이 이미 양귀비 재배 금지조치를 거두었다는 증거가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유엔 등은 탈레반이 마약 근절노력에 동참하고 있다는 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오히려 탈레반이 아편 값을 올리고 시장을 통제하려 한다는 의혹을 나타내고 있다. 유엔 관계자는“최근 1주일간 아편 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탈레반이 아편 비축분 100톤을 방출하기 시작한 데 따른 현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력이 떨어질경우 보복 공포에서 벗어나게 된 농부들이 고소득 작물인 양귀비 재배에 다시 나설 것으로도 예상된다. 아프간 농민들은 10월부터 시작되는 양귀비재배철을 앞두고 양귀비를 심을까, 밀을 심을까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유엔 관계자는 “수십만의 농부들이 양귀비를 심을 경우 내년 4,5월께 수확할 텐데 그 때도 탈레반이 그땅을 지배하게 될 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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