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 역, 이쁜이 꽃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고향 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눈 감아도 떠오르는 나의 고향역…’.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은 한 잔 소주에구성지게 ‘고향 역’ 한 자락을 뽑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냈을 때, 실연의 아픔에 가슴앓이를 할 때 ‘영영’ 과 ‘사랑은 눈물의 씨앗’은 어떨까.
분노 대신위안을 주지 않을까. 인생에 대한 한탄을 ‘무시로’ 털어버리고,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빈 주먹불끈 쥐고 ‘잡초’를 부를 터이다.
이 모든 노래 뒤에는 나훈아가 있다.
그가 오랜만에 대중 앞에, 그리고 시청자 앞에 선다. MBC는 추석 특집으로30일 오후 9시 45분 ‘대한민국 소리꾼 나훈아-아직도 달에는 토끼가 있다’ 를 방영한다.
22일 오후 7시 30분 올림픽 공원 내 지구촌공원에서 이 프로그램의 녹화 무대가펼쳐졌다. 1년 6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나훈아.
그가가 무대에 나오자 1만 여 관객 중 절반이 넘는 30~50대 아줌마들이 “나훈아! 나훈아!” 를 연호한다. 10대 청소년 못지 않는 반응이다.
나훈아는 1~2년마다 한 번씩 특별무대를 갖는다. 그는 “대중연예인, 특히 스타는 완전히 갖추어진 모습이 아니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고 이유를 설명했다. 두 시간 여 진행된 공연은 각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였다. 군복으로 첫 무대를 장식한 나훈아는 10~20대에게 인기 있는 헤비메탈 그룹 디아블로와 함께 ‘잡초’ ‘찻집의고독’ ‘머나먼고향’ 을 록 스타일로 불렀다.
나훈아를 잘 모르는 10~20대 관객도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이윽고나훈아의 주요 팬인 30~50대 아줌마, 아저씨를 위해 특유의 카리스마로 ‘녹슬은 기찻길’ ‘대동강편지’ ‘무시로’ 를 열창했다. 흐느끼는 아줌마 아저씨가 눈에 띈다.
그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한 마디를 던졌다. 추석 메시지였다. “첨단과학과개인주의가 판치는 21세기에도 달에는 토끼가 있다는 믿는 동심과 훈훈한 정이 살아있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 소년과 ‘반달’을 합창했다. 이어 ‘Time To Say Goodbye’ ‘Take Me Home, Country Road’를나훈아식으로 불러 제꼈다.
실향민을 위한 노래도 빠지지 않았다. 자신의 노래가 아닌 강산에의 ‘라구요’ 였다. 그리고 우리의 힘든 현대사를 헤쳐 온 장년층을 위해 ‘희망가’ ‘청춘을돌려다오’를 불렀고,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뱃노래’ 를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했다.
이날 무대에서 나훈아가 입증한 것은? 여전히 ‘트로트의황제’ ‘타의추종을 불허한 가창력’ ‘팝에서트로트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가수’ ‘모든 세대에게 먹힐 수 있는 유일한 가수’ 라는 나훈아의 ‘유효성’이었다.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는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한 마디 했다. “스타는 구름 한 점 없는 밤 하늘에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여야 한다.”
나훈아는 역시 우리의 위안이자 정서였고,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한 소리꾼이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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