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대 테러 전쟁에 대한 이란의 태도가 청신호에서 적신호로 바뀌었다. 이슬람 최고 지도자 아야툴라하메네이가 25일 군중집회에서 “거짓 투성이인 미국은 국제적 반 테러 운동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미국 주도의 전쟁에 결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이란 정부가 테러비난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영국 잭 스트로 외무부장관이 24일 이란 회교혁명후 22년만에 처음으로 테헤란을 방문, 상호관계개선을 모색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때문에 25일 테헤란에 도착한 크리스 패튼 대외관계장관 등 유럽연합(EU) 대표단이 이란에 대 테러 전쟁 참여를 타진하려던 계획도 찬물을 뒤집어썼다.
하메네이는 25일 자신이 소집한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마친 뒤 “미국의 손은 이스라엘이 저지른 행동에 의해 더럽혀졌다”“가장 사악한 테러리스트들이 미국과 함께 있다”는 독설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대 서방관계의 개선을 모색하던 개혁파 모하마드하타미 대통령도 “적인지, 아군인지를 양자택일하라는 미국의 강요는 오만함의 극치”라며 대미 비난에 가세했다.
미국은 발끈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이란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이란이 입장을 바꿔 우리의 요청에 비난발언으로 응답했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이란의 태도변화에 대해선 향후 보수-개혁파간 알력, 이슬람 국가내에서의 영향력 유지, 대EU-대미 관계의 분리모색 등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미국과의 관계가 한꺼번에 좋아지기에는 반목의 골이 너무 깊다는 분석도 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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