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12만점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위해 PC와 프린터를 협찬했다.또 전국 고교 풍물패 행사와 전통 음악의 채보 및 음반 제작, 해외 박물관에 산재한한국 유물 데이터베이스 제작을 지원하는 등 고품격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토리지업체 한국EMC도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 찾기운동을 후원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보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EMC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문화운동이라 소비자에게 회사를 이해시키는 좋은 계기”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 외국 정보기술(IT)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은 눈부시다. 가장 한국적인 분야에서부터 기업 이미지를 심어가는 그들의 전략은 알게 모르게 한국 고객의 마음에 기업 로고를새기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한국IBM은 1,273억원, 한국HP는 735억원, 마이크로소프트는 596억원, 한국후지쯔는 203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
반면 국내 벤처기업들은 마케팅능력 부족으로 해외시장은 고사하고 안방마저 고스란히 다국적 IT 공룡들에게 내주고 있다.
2000년 국내 IT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수출규모는 1억8,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0.8% 증가했지만, 1만여개 벤처기업 중 378개 업체만이 평균 48만달러 어치를 수출했을 뿐이다.
잠재고객, 경쟁자 모두 마케팅 대상 딱딱한 하이테크기업의 이미지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제품으로 ‘무장한’ 외국 IT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들 곁으로 친숙하게 다가서고 있다.
국내 중소ㆍ벤처기업들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며 잠재 고객 확보에 공을 들이는 ‘마케팅의 힘’ 때문이다.
한국오라클은 나우정보, CJ드림소프트등 14개 벤처와 함께 중소기업의 ERP(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을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고 이와 별도로 올해 1,000억원 상당의 자사 IT솔루션을 무상으로 국내 벤처에 제공한다.
한국오라클 홍정화(40) 이사는 “장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국내 벤처들을 돕고 장래의 든든한 사업 파트너를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마케팅”이라고 전했다.
컴팩코리아는 서울 역삼동 아주빌딩의 ‘엑셀렌스 센터’를 벤처기업들이 초대형 컴퓨터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83년 재미 한국인 최초로 나스닥에 등록한 ‘텔리비디오’사 황규빈(65) 사장은 “훌륭한 신제품을 개발해도 해외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해외 시장의 욕구에 부응하고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업체 나름대로의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꿩 잡는 게 매, 마케팅 인프라를 확보하라 ‘거품 소멸’이라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벤처들이 탄탄한 기술력과함께 경영 노하우를 보유한 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첨단업종의 대기업에게 살아남은 벤처들은 더 할 나위 없는 전략적파트너이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휴맥스, 사이버뱅크 등 100여개 벤처에 투자했고 올해도 500억여원을 벤처에 쏟아붓는다.
LG도 LG전자가 2005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벤처업계와 파트너십을 구축키로 한데 이어 LGEDS, LGCI 등 주력계열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벤처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SK는 생명공학, 정보통신, E-비즈니스 등 그룹의 차세대 사업분야를 중심으로 벤처투자를 강화할 계획.
현대종합상사, 삼성물산등 종합상사들도 앞다퉈 벤처 상품의 해외 수출에 뛰어드는 추세라 벤처기업과 대기업 네트워크의 문호는 넓은 편.
벤처 컨설팅사인 이레CNC의 오태동(46) 사장은 “벤처의 스피드와 아이디어에 대기업의 마케팅 노하우, 인프라가 융합하면 완벽한 윈-윈 모델이 형성된다”며 “이는 21세기 벤처 비전의 주 모델”이라고 내다봤다.
아예 마케팅 전문회사를 인수해버리는 공격적인 벤처도 등장하고 있다. 유전체 개발업체인 바이오알앤즈는 지난 3월 바이오 관련 마케팅 회사 바이오씨앤지㈜를 인수했다.
코스닥 등록벤처 아이티사도 대주주의 지분 상당분을 마케팅 업체인 ㈜선텔에 넘겨주고 회사를 합쳐버렸다. 기술개발과 판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이달초 마케팅 전문가 12명(전직원 56명)으로 마케팅실을 확대 개편한 바이오 벤처 유진사이언스의 이재호(42) 이사는 “기술개발은 기업의 장기적인 과제지만 마케팅은 당장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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