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가 미국의 공격을 앞두고 화전(和戰)양면의 대응자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탈레반 정부가 27일 오사마 빈 라덴에게 자진 출국을 요구했다고 발표한 것은 명분 확보 뿐아니라 공격을 피하기위한 협상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아프간의 슈라(이슬람 종교지도자)가 빈 라덴의 자진출국을 결의한 것은 1주일전인 20일이다. 그동안 탈레반측은 “빈 라덴이 행방을 감춰 결의내용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고 버텨왔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진위여부를떠나 ‘지하드(聖戰)’ 일변도의 자세가 조금이나마 변화할 조짐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탈레반이 “팩스나 전화가 아닌 인편으로 직접 통보했다”고 강조한 것도빈 라덴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미국 등과의 ‘인도 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춘 것이다.
탈레반측은 또 미국의 제시 잭슨(59) 목사가 미국과의 중재역을 맡기 위해 아프간을 방문하겠다는 ‘자청’을받아들이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자세변화는 대미 성전에 앞서 반군인 ‘북부동맹’의세력 확장과 민심 이반 등 내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현지에서 취재중인서방기자들은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강자 편에 서 온 아프간의 군벌들이 탈레반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있다.
한편 빈 라덴은 28일 파키스탄 일간 움마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와 관련,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으며 설령 내가 죽더라도 이슬람 적들을 상대로 한 성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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