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테러참사이후 ‘적과 동지’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새 국제질서가 도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깡패 7국’과도 ‘주고받기’게임을 벌이면서 새로운 역학관계를 형성하고 있다.이러한 움직임이 일시적인 전략이 될 지 미 외교정책의 장기적인 원칙으로 자리잡을 지는 불분명하지만 외교 좌표를 재정의하는 전환기적 시점에 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미국이 테러공격에 대한 분노를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등 라이벌은 물론 인도등 지역맹주까지 동맹에 끌어모으면서 2차대전과 베를린장벽 붕괴이후와 비견할 만한 지정학적 판도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앙아시아공화국내 비행장 사용을 허용하고 사상 처음으로 구 소련영토에 병력을 주둔시킨 것을 대가로 체첸반군 진압 묵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입등을 들고 나온 것은 국제질서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구 소련붕괴후 나타났던 것처럼 일시적인 현상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그 영향은 길게 꼬리를 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러시아의 체첸공격을 인권탄압이라고 비난하던 태도를 돌변, 반군에게 크렘린의 평화안을 수락하라고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미 대외정책에서 인권과 도덕문제가 부차적인 순위로 격하될 것임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또 테러지원국으로 낙인 찍힌 7개국과의 관계 변화는 앞으로도 변화무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보스턴 글로브는 27일 “ 미국은 ‘깡패국가’중 리비아 시리아 수단 이란등 4개국에 대해 테러 집단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도록 요청했으며, 일부로부터는 도움을 받았다”면서 “북한에도 곧 손을 내밀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는 미국 외교 정책의 극적인 반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미국 정책의 변화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킴홈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모든 사람을 의사결정 테이블에 앉히는 비현실적인 무력연대를 만들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국가들은 이를 정적이나 종교활동에 대한 탄압에 악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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