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회장 이용호씨가 구속된지 나흘 지난 7일 법정관리기업인 모나리자의구조조정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입찰이 진행됐다. 여기엔 KTB네트워크 골든브리지 헬리우스 등 쟁쟁한 13개 구조조정전문회사(CRC)가 참여했다.그러나 최종 낙찰자는 모든 CRC를 제치고 코스닥기업인 통신장비제조업체 웨스텍코리아가 선정됐다. 최근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협진양행도 비슷한 경로를밟고 있다.‘이용호 게이트’의 불똥이 구조조정전문회사(CRC) 업계로 번지고 있다. 외자유치 계획까지 마련해 3개월여 입찰준비를 해온 D사 임원은 “정부를믿고 자본금 50억원을 마련해 CRC를 만들자 마자 된서리를 맞았다”며 “이용호사건 이후 부실기업의 인수ㆍ합병(M&A) 등 처리과정에서 CRC업계가 철저하게 배제되는 분위기”라고허탈해했다.
또 ‘내기 골프’를한 혐의로 구속된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이 CRC인 골든브리지의 대주주로 알려지면서 찬바람은 거세지고 있다. 증시에서CRC에 인수되는 기업들은 M&A 또는 A&D(인수·개발) 관련주로 분류돼주가가 급등하곤 했으나 최근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법정관리기업을 CRC에 인수시키는 작업을 해온 서울지법 파산부(변동걸 부장판사)도M&A 추진업체 선정에서 CRC를 가급적 배제키로 방침을 정했다. “대부분 CRC가 단기차익을 노리고 법정관리기업의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실질적인 경영의지를 입증하라”는주문이다. 파산부 관계자는 “법정관리기업M&A에 참여하는 상당수 CRC가 회사경영의 정상화 보다는 단기차익을 얻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며“이런 CRC를 제외시키는 내부 실무준칙을 마련 중”이라고밝혔다.
CRC는 정부가 화의ㆍ워크아웃 등 기업의 구조조정을 좀 더 신속하게 추진하기위해 산업발전법을 통해 1999년 6월부터 허용한 제도. CRC는 부실기업을 법원을 통해 채권단에서 싼 가격에 인수한 다음, 구조조정을 단행해회사 경영을 건실화시킨 다음 3자에게 되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용호씨의 G&G의 경우 부실기업을 인수한뒤 주가조작과 CB(전환사채)발행등으로 돈을 끌어모은 뒤 이 돈을 종잣돈으로 다른 부실기업을 인수해나가는 식으로 사세를 확장해 CRC 제도의 허점을 노출시켰다. 실제 CRC가구조조정중인 기업의 증자, 외자유치, CB발행 등에 검은 자금이 유입돼 시세차익을 얻고 시장을 빠져나가, CRC가 구조조정보다는 합법적 주가조작의통로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한증권 박동명 과장은 “자본금 30억~50억원의 CRC는 인수기업을 구조조정할 돈이 없어 외부자금을 끌어들여야 하고 돈을 댄 전주(錢主)는 최종 구조조정(약2년)까지 기다릴 수 없어 작전을 통해 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리ㆍ감독기관인산업자원부는 현재 등록된 88개 CRC의 소재는 물론 규모, 활동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관리소홀의 문제점까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CRC업계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태동단계의 CRC 죽이기는 구조조정의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무차별 외면보다 옥석 가리기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CRC의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경험과 능력이 없는 일반회사가구조조정 업무에 돌입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모나리자의 경우 낙찰자 웨스텍코리아는 매각선정 주간사인 라호야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한CRC의 사모M&A펀드에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탈락한 CRC들은 매각선정 과정의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낙찰 무효를 위한법정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신한증권 박 과장은 “M&A를 할 때 시장 분위기에 따라 실제 인수기업이 CRC를 앞세우거나, CRC가 다른 기업을 내세워 인수하는 방법마저동원되고 있다”며 “업계 재정비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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