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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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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이다

입력
200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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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 친구들이 대부분 몇 년사이에 회갑(回甲)을 맞고있다. 우리 부모 세대만 해도 한 사람의 생에서 ‘회갑’이 갖는 의미가 대단했고, 자신이 회갑을 맞는다는 사실에 어떤 성취감을 느끼면서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그러나 요즘엔 ‘늙었다’는 이미지와 연결 되거나 번거로운 게 싫어서 회갑으로부터 도망치듯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 자신이 회갑을 맞았다는 것, 이제 60대로 진입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여자들의 경우 그런 인식에 대한 첫 반응으로 생활용품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날 찬장을 열고 아끼던 그릇들을 보면서 앞으로 많은 손님을 집에 초대하여 저 그릇들을 쓸 날이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는 친구들의 말을 자주 듣는다.

크고 작은 가구들, 옷이나 장신구 등도 마찬가지다. 남은 생이 얼마나 될 까 가늠하면서, 이제 생활이 점점 더 단순해질 것이란 점을 인식하면서, 대부분의 물건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깨닫는다.

그러다가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뿐 아니라 여러 물건들을 소유하게 된 것 역시 인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사는 동안 소중했던 사람, 필요했던 물건들은 매우 적은 양이구나 깨닫기도 한다.

열장이 넘는 티셔츠를 가지고 있지만 그 동안 주로 입었던 것은 한 두 장 뿐이다. 이십 여년 전 친구가 준 스웨터는 소매부리가 닳아서 뚫어질 정도지만, 한번도 안 입은 채 나프타린 냄새 나는 상자 안에담겨있는 스웨터들도 있다. 모든 인연을 맺는 일에 좀 더 신중해야 했나보다 반성도 한다.

이렇게 물건을 정리한 후엔 마음도 정리해야 할 것이다. 거품을 걷어내고 남은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찾아내야 한다. 낭비하고 방황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좀 더 단호해지고 부드러워지고 무심해져야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점점 더 단순해지는 생활’을 무엇으로 충만하게 채워야 할까. 이제부터 노년에 대비해야 하는데, 나는 여러가지 면에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고, 그 변화가어떤 것 인지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좋은 돋보기와 좋은 책들만 있으면 노년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정도인데, 이정도로 될까.

2000년 인구조사 결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3%를 차지, 우리나라가 이미 노령화사회로 진입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가 과연 얼마나 노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우리 자신의 생이다.

국가 차원에서 보더라도 국민 모두가 보다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정치 비리 척결이니 경제 개혁이니 대선 경쟁이니 하는 일들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하겠지만, 행복을 증진시키는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지금의 노년세대는 대부분 미리 노년계획을 세우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땀 흘려 일하고, 자녀들 교육에 모든 것을 바쳤던 그들은 자신의 노년을 위해 무엇을 남겨둘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부모를 성심껏 모셨지만 자녀들에게 기대했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금도 없고 자녀의 부양도 없고 사회의 보살핌도 없는 비참한 노인들이 많다.

노령화 종합대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 노인인구는 늘어나고, 출산율 저하로 노동력이줄어들고 있다. 노인시설 부족도 점점 더 심각해 질 것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노인들은 제2의 생을 어떻게 설계하고 준비할지 당황하고 있다.

퇴직금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은 은행이자 가 떨어져 당장 타격을 받고 있다. 경제적 심리적 육체적으로 노년을 인생의 풍요한 시기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야 한다.

날이면 날마다 신문 1면을 차지하는 부정부패와 비리로 정치권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국민도 어느덧 그런 뉴스에 중독이 되어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의 생이고, 국가정책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도 국민의 생이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 이 싸움에서 누가 이득을 보느냐는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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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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