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하면 언뜻 떠오르는것이 IMF환란 후 금모으기 운동이다. 열화와 같았던 당시 금모으기 운동은 지금도 국민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고사리손에서 큰손에 이르기까지 그 거국적인 동참 열기에 세계가 놀랐다. 한창 피크에 달했던 1998년 1월 한달간 모아진 금이 117톤(12억달러),참가인원이 1백70만명에 달했으니 참으로 엄청난 폭발력이었다. 당시 환란의 동병상련을 겪던 어떤 동남아국가가 이 운동을 수입할 정도였다.
■몇 년이 지나 경제 살리기 운동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정부가 며칠 전까지만해도 바짝 달려들 기세였던 ‘주식 사모으기 운동’ 이다.
미국테러 후난국이 예고되고 있으니 다같이 주식을 팔지 말고 한 주라도 사자는 것이다. 테러 후 미국 부통령이 자국 증시를 향해 투매를 자제하자고 호소한 것이전파돼 청와대에서도 ‘한 말씀’ 한 것이 발단이다. 그러나 이 운동은 관변기관에서조차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 맥이 빠지고 있다.
■금모으기 운동이 성공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 운동이 국민의 경제심리에들어맞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경제파탄으로 현금이 궁해진 마당에 은행금리는 치솟으니 금을 바꿔 예금하는 것을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할 판이었다.
애국도 하면서 눈앞의 이해타산도 맞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국민운동이 외면 당할 까닭이 없던 것이다. 더욱이 그 운동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없이 자연발생적이었다.
■주식사기 운동은 이와 반대로 경제원리를 거역한 졸작이다. 위기라고 겁주면서 주식은 팔지 말자고 이율배반의 쌍나팔을 불어대니 애국에 앞서 우선 자기 살길을 추구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미국에서 애국심 호소가 유효했다는 외신도그야말로 애국적 보도일 뿐이다. 경제는 기본적으로 이기심에 의해 작동되는 법이다.
이를 도외시하는 정책을 쓰니까 기관들마저 앞뒤 다른 행동을 하는게 당연하다. ‘금‘모으기를 ‘주식’으로 대체하기만하면 될 거라고 본 순진한 발상으로는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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