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를 미루고 있는 사이 집권 탈레반 정부와 대치해온 '북부동맹'이 공세를 강화,점령지역을 넓히고 있다.북부 동맹은 20일로부터 타카르,발크,사만간 등 북부 3주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 수도 카불 북쪽 60~70km지점에까지 접근하는 등 상당한 전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최대 격전지는 우즈베키스탄 접경도시 마자리샤리프,탈레반의 북부 전략요충지로,주민 대부분이 반 탈레반 성향의 우즈백족인 이곳이 무너질 경우 곧장 카불로 진격할수 있는 길이 뚫리게 된다.탈레반은 26일 이틀 전 북부동맹에 빼앗겼던 마자리 샤리프 남서쪽 100km지접의 요지 자레를 되찾는 등 일진일퇴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탈레반은 공중폭격을 동원,자레 수복에 성공했으나 상당한 희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 동맹의 러시아주재 대사 압둘 와하브 아세피는 26일 "북부 동맹이 아프간 전역의 30%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장악지역이 5~10%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과장된 것으로 보이지만,전례 없는 호기를 맞고 있음은 분명하다.
북부동맹은 선전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26일 쿠자 바자우딘에서 외신 기자들을 불러놓고 탈레반의 자금 공급원으로 알려진 아편을 태우며 전의를 다지는 '쇼'를 연출했는가 하면,무하마드 파힘 사령관은 27일 "아프간의 평화를 원하는 모든 아프간 국민,단체와 힘을 합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민심잡기에 나섰다.
1997년 반 탈레반 정치 세력들이 모여 결성한 북부 동맹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확장을 우려한 러시아,이란 등으로부터 무기와 자금 지원을 받아왔다.최근 아흐메드 마수드 전 사령관의 사망으로 위기를 맞았으나,테러 참사로 뜻하지 않은 기회를 잡게 됐다.북부 동맹은 "미국이 공습에 나서면 바로 카불로 진격하겠다"며 미국의 공격을 재촉하고 있다.
미국도 북부 동맹의 전술적 효용가치에 주목,물밑 접촉을 진행 중이지만 선뜻 자금 및 무기 지원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무엇보다 아프간 공격의 교두보격인 파키스탄이 종족 갈등 및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북부 동맹 지원에 결사반대하고 잇다. 또 북부 동맹의 배후에 러시아와 이란이 버티고 있고,북부동맹 가담세력 일부가 학살 및 강간혐의로 지탄을 받고 있다는 점 등도 미국이 지원을 망설이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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