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김사원 감사 등을 피하기 위해 해외 역외펀드를 동원,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 인수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산은은 연말 결산기일이 다가오자 회계장부상 기록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말 해외CB 500만달러를 역외펀드로 넘긴뒤, 한달 뒤 다시 매입하는 등의 수법을 동원했다.
이는 산은이 삼애 해외CB 투자사실 자체를 숨기려 한 것으로 해석돼 전환 조건과 기업 전망이 우수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투자했다는 기존 산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26일 본보가 입수한 ‘삼애인더스 해외 CB 관련 산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해 11월2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노무라증권 홍콩지점과 니탄에이피 싱가포르지점 등 삼애CB 해외인수자로부터 900만달러를 인수했다.
그러나 G&G그룹 이용호(李容湖ㆍ43ㆍ구속) 회장측이 11월14일~12월18일까지 G&G계열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300만달러만 인수하는 등 이면계약상 900만달러 재인수 약정기일을 지키지 않자, 산은은 12월 중순 ‘글로벌테크’라는 역외펀드에 500만달러를 매각했다.
산은은 이어 12월말 결산기일이 지난 1월 중순 역외펀드로부터 다시 140만달러를 재인수, 리딩증권사로 넘겼고 310만달러는 KGI증권에 개설된 비즈니스플러스계좌로 매각했다.
이와 관련, 산은의 해외CB 인수과정에 정통한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이씨측이 약속기일을 지키지 않자, 결산장부상 삼애인더스 매매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고의적으로 역외펀드를 동원한 흔적이 짙다”고말했다.
산은이 계속 보유할 경우 장부상 투자유가증권 항목에 ‘삼애인더스 해외CB’에 대한 매매기록 및 평가손익이 남기 때문에, 감사원감사과정에서 매매자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이씨측의 재인수 지연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내부 문책의 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삼애 CB는 해외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세 차례나 발행이 무산될 정도로 인수 위험이 높아 국책은행의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산은은 또 역외펀드를 동원하기 직전, 재인수 지연에 따른 손실을 일부 만회하기 위해 이씨측으로부터 담보로 잡은 삼애인더스주식30만주 중 일부를 시장에 팔아 삼애인더스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해외CB 발행 이틀전인 10월24일 C법무법인 입회하에 산은 인수분을 재인수할 제3의 인수자명단과 차명계좌까지 지정하는 등 이면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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