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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조각전'… "조선의 소탈함과 해학을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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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조각전'… "조선의 소탈함과 해학을 만나자"

입력
2001.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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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리고있는 그리스ㆍ로마 신화전을 보면서 내심 못마땅한 생각이 든 사람이 많았다.아프로디테와 에로스를 유려한 솜씨로 새긴 대리석 조각, 헤라클레스와아폴론을 정교하게 그린 그리스 항아리 등을 바라보면서, 이에 견줄 만한 우리 옛 ‘조각’이몇몇 불상을 제외하곤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28일~11월 18일 서울중구 태평로2가 로댕갤러리(02-750-7838)에서 열리는 ‘새로운 발견! 조선후기조각전’은 이러한 감상자들의 게으름과 무지를 질타하는 전시회다.

무덤 앞에 떡 버티고 서서 사자(死者)를 지켜주던 벅수, 전각이나 문루의추녀마루 위에서 수백 년 풍상을 견딘 잡상(雜像)이 바로 우리의 당당한 조각임을 일깨워 준다.

전시작은 17~20세기 초제작된 조각 70여 점. 상여 장식인 꼭두조각, 사찰조각인 나한상ㆍ동자상 등 서화와 도자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진부해 보이는불상이나 보살상, 정형적인 틀에 묶인 석인(石人)ㆍ석수(石獸) 등은 제외했다. 호암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호림박물관 등 국ㆍ공ㆍ사립 박물관과 사찰 등 9군데서 빌려왔다.

이들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간결함,단순함, 생동감, 낙천성, 대담성, 익살 등이다. 추녀마루 위에 설치한 잡상 ‘대당사전(大唐師傳)’을 보자.

흔히 ‘서유기’에나오는 삼장법사로 알려진 높이 37㎝의 장식기와다.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모습, 반 달 모양의 입, 툭 튀어 나온 눈 등이 위엄보다는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분묘 앞에 서 있는 벅수도 수더분하고 어수룩하기는 마찬가지. 호암미술관이 소장한 높이102㎝짜리 돌 벅수는 익살스러운 표정 때문에 관람자를 금세 웃게 만든다.

송은석 호암미술관 선임 학예연구원은 “조선 민중의 소박한 심성이 기술적으로세련되지 못한 지방 장인에 의해 그대로 나타난 듯하다”고 설명했다.

사찰에서 쓰는 법고(法鼓)를 받치는 좌대 ‘사자형법고대(獅子形法鼓臺ㆍ높이 95㎝,길이 143㎝)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포효하는 한 마리 사자를 표현했는데, 부리부리한 눈과 높게 선 꼬리가 이국적인 느낌까지 준다. 그러나 유난이 느껴진다.

이밖에 다 읽고 난 발원문을 넣어두는 나무 통 ‘소통(疏筒)’, 거북이를 들고 있는나무 동자상, 반듯이 서서 호랑이를 탄 꼭두조각, 무당 집에 모셨던 관우장군상 등도 조선후기 조각의 폭과 깊이를 확인해주는 작품들이다. 어른4,000원, 학생 2,000원. 월요일은 휴관.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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