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사건 발생 이후, 국내 증시는 불확실성이 주도하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주저앉아 버린 주가는 기존 적정주가를 무의미하게 만들며 투자가와 분석가들을 괴롭히고 있다. 또 미국의 보복 전쟁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불확실성만을 되뇌이며 시장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확실해 보이는 사실들에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증시에 미치는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우면서도 세계적인 금리 인하 조치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또한 단기간에 폭락한 주가로 인해 연말 배당투자와 관련한 종목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도 대체로 목소리가 일치했다. 5명의 증시 분석가들로부터 4ㆍ4분기 증시 전망과 투자전략을 들어본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
결론부터 말해 좋은 상황이 아니다. 우선 최근 발표되고 있는 미국의 8월 중 각종 경제지표들이 무척 좋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테러 발생 이전부터 경기 둔화가 심해 테러 사태가 없었다 하더라도 하락 추세가 강했을 것이다. 연말까지 종합주가지수 550선을 뚫고 올라가기가 상당히 힘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기매매를 노리는 투자가라면 시장에서 조금 떨어져 관망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6개월 이상을 내다볼 투자자라면 지금이 주식을 살 때라고 본다. 상당수 종목들이 기업가치로 볼 때 주가가 너무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4ㆍ4분기 중 시장에서 제일 큰 호재라면 세계적인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성 확대다. 증권주를 비롯한 저가 대형주가 유동성 장세의 혜택을 볼 종목들이다. 통신이나 전자부품 관련주도 기술적 반등시 상대적으로 큰 탄력이 기대된다. 올해 말 예상 종합주가지수는 480~520선.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
아직 미국의 보복 전쟁에 따른 변동성이 커 전망이 불확실하다. 만약 최악의 상태로 치닫지 않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쪽으로 전쟁이 전개된다면 급속히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는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까지 관망하라고 권하고 싶다. 굳이 투자를 하겠다면 내수주 등 경기방어주 위주로 해야 한다. 기술적 반등이 나타난다면 연말에 540~550선까지는 갈 것으로 보이며 특히 첨단기술주 등 낙폭 과대주의 반등이 가장 빠를 것이다.
주가가 갑자기 한 단계 밑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배당투자 유망종목에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사건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고 실적이 양호한 업체들은 정상적으로 배당을 실시할 것이고 주가가 낮은 만큼 수익률은 높기 마련이다. 주가 급락으로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종목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상무
테러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540에서 500선 밑으로 갑자기 내려선 상태이기 때문에 이 갭을 메우기까지는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아직은 갭을 메울 계기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미국의 보복전쟁 강도가 가장 큰 변수다. 일부에서 이번 사태로 경기바닥 확인이 앞당겨져 회복이 빠를 수도 있다고 보지만 큰 흐름상 경기회복은 지연될 것이다.
수출관련주, 특히 IT주는 힘든 국면이 예상된다.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한 쪽은 자산주나 배당투자 유망주, 또는 최근 내수 관련주로 각광받고 있는 통신주 등이다.
단기투자를 원한다면 낙폭과대주를 잡아 기술적 반등을 노리거나 상황에 따른 테마에 발빠르게 대응하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손절매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중장기투자를 한다면 연말 배당투자를 적극 추천한다. 배당 후 주가가 빠지는 경우도 있으나 길게 볼 때 망하지 않을 회사라면 신경쓸 필요는 없다. 이 때도 10월, 11월, 12월 등으로 분할 매수를 해 위험을 줄이는 편이 낫다.
■현대증권 오성진 수석연구원
4ㆍ4분기는 450~550 사이의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 테러 타격으로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내수 경기가 장을 이끄는 제한장세가 펼쳐질 것이다. 내수 관련주는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수출 관련주의 위축이 심각하고 재고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의 IT주들이 살아나지 못하면 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가장 큰 메리트인 낙폭과대를 이용한 기술적 매매전략이 바람직하며 음식료, 제약, 건설주 등의 빠른 순환매에 대한 발빠른 대응도 가능하다.
시중 자금 유입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반도체장비나 통신장비 부문은 어려운 국면이 예상되는 반면에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나 신용카드, 전자화폐 관련주가 테마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 배당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미국의 보복전쟁이 단기 국지전으로 흐를 경우 연말 지수대는 580~590 정도까지도 가능하다.
■피데스증권 정동희 투자전략팀장
4ㆍ4분기는 밑으로 400에서 위로는 540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로 볼 때 현재 리세션(경기침체) 초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도래로 자금경색 우려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투자지출 감소로 인한 경기침체에다 이보다 파급력이 큰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의 보복 전쟁은 장기화할수록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종목장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실적에 근거한 접근보다는 철저히 기술적 접근을 해야 한다. 약세장에 대비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투자시점을 잡는다면 하이닉스가 혹시라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때(금융 중강세 예상), 원화강세가 안착되는 때, 코스닥 기업들의 구조조정(퇴출 등)이 가시화되는 때 등을 꼽을 수 있다. 4ㆍ4분기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진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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