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취득 등을 둘러싸고 의혹의 눈길이 쏠렸던 신안그룹 박순석(朴順石ㆍ60) 회장에 대해 25일검찰이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 착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박회장은 현 정권 출범 후 최근 2년간 건설업 중심의 중소기업에서 손꼽히는 ‘골프재벌’ 로 도약한 주인공.
그는 특히 여야를 넘나들며 수많은 정치인과 친분을 맺어왔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태어난 박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13세에 무작정 상경, 82년 신안종합건설을세웠다.
박씨는 이후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서 대다수 기업들이 몸집 줄이기에 바빴던 외환위기 전후로 골프장 등을 잇따라 인수하거나 신축했다.
99년 2월에는 경기 안성 신안CC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6월과 올 2월에는 경기 광주 그린힐CC와화성 관악CC(현 리베라CC)를 인수하며 ‘골프재벌’로 떠올랐다.
제주에도 신안CC(27홀)를 건설 중이며, 가평에 콘도ㆍ스키장ㆍ골프장 등을 갖춘 레저타운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의혹의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골프장업계의 한 인사는 “신안 측에서도 ‘신안CC등 3개 골프장에 2,500억여원, 관악CC 인수에는 950억여원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불과 2~3년만에 동원했는 지 의문”이라며“그의 눈부신 성장은 정치권과의 친분 때문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박씨가 또 다른 메가톤급 로비 의혹 사건을 몰고 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관계에 걸친 친분관계로 치면 이용호씨는 박씨에 비해 피라미 수준”이라며 “이용호 사건이 아니었으면 그의 로비력 때문에 검찰이그를 잡아들일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사 방향에 따라 골프장 인수 과정에서의 정치권 압력이나 로비의혹 등이 드러날 수도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모 지검에서 박회장이 수십억원대 내기도박을 벌인 혐의를 잡고수사에 착수했다가 흐지부지 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박회장 골프도박 수법
’1타당 100만원, 잃으면 다음 홀에 ‘10배판’, 내기에 불응하면 협박….’
신안그룹 박순석(朴順石ㆍ60) 회장이 벌인 추한 ‘내기 골프’ 행각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신안그룹 하도급업체나 납품업체 대표 등 ‘경제적 약자’들을 그룹 계열사 골프장에 불러 놓고 강탈이나 다름없는 게임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회장의 골프실력은 핸디8의 싱글수준. 그의 내기골프는 일주일에 최소 2차례 이상 계속됐다. 스트로크게임(홀별 타수차이를 따져 타당 일정금액을 주고 받는 방식)을 주로했고, 1타당 주고 받은 돈은 10만~100만원.
박 회장는 자신이 돈을잃으면 다음 홀에서는 무조건 ‘더블’을 부르거나 판을 10배까지 부풀리는 수법을 써 한홀에 수천만원까지 따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업자들이 내기골프에 불응하면 ‘당신하고는 사업 안해..’등의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아 이들은 마지못해 응할 수 밖에 없었다.
박 회장은 돈을 따기위해 룰 위반도 밥 먹듯 했지만, 하도급업자 등은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친 볼이 OB(2벌타)를 내면 호주머니에 갖고 있던 볼을슬쩍 내려 놓고 치곤 했다.
박 회장은 특히 돈을 모두 잃은 업자에게는 고리로 돈을 빌려줘가며 골프를 계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의 ‘갈취’는18홀을 마친 후에도 계속됐다.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서울 모 호텔 특실 등에 호화도박장을 차려놓고 골프를 마친 업체대표들이 포커나 고스톱 도박을 하도록 유도한 뒤 판마다 배팅한 돈의 10%를 고리 명목으로 받아 모두 1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중견그룹회장 치고는 범행수법이 예상외로 악질적”이라며 “경제적 약자를 갈취한 범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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