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미 테러 사태 이후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대부분 동남아 통화 조차 미 달러화에 대해 소폭이나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만 유독 ‘나홀로 약세’다.■‘나홀로 약세’ 이유는
미 테러 사태 발발 직후인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1,286.10원을 기록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지속적인상승세(원화 약세)를 이어가며 1,300원대를 가볍게 넘어섰다. 25일에는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상승세에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약세 기조가 쉽게꺾이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의 이유를 미국에 대한 높은의존도에서 찾는다. 국민은행 이창영(李昌泳) 과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국가보다 미국에 대해 경제는 물론 안보, 외교 의존도가높아 원화보다는 달러가 낫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보복전쟁과 유가 폭등에 따른 원자재 조달비용상승 우려도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미국이 전쟁을 개시하면 원화약세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셀 코리아’ 확산 우려
원ㆍ달러환율이 엔ㆍ달러 환율과의동조 흐름에서 이탈해약세를 지속할 경우수출 개선 효과로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 1,050원 수준이던 원ㆍ엔 환율(100엔당)이 1,120원대까지 치솟으면서미국은 물론 일본 수출에서도 환율 덕을 톡톡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 당국도 이 같은 효과 탓에 환율 상승을 어느 정도는 용인하는 분위기다.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했고 거주자 외화예금도 112억달러에 달하는 등 충분한 완충 장치를 갖췄기 때문에 큰 문제는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주식시장에서 감지되고있는 ‘셀 코리아(Sell Korea)’조짐. 미 테러사태 발발 이후인 12일부터 24일까지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팔고 나간 자금이4,500억원에 달한다. 한미은행류현정(柳現廷) 과장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금이나 채권, 선진국 통화 등 안전자산에 돈이몰리면서 우리나라와 동남아 국가에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처럼 투기세력까지 가세할 경우 자금이탈과환율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주가 폭락, 경기 침체 가속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