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4일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와 관련, 특검제 수용을 지시한 것은 더 이상 이 사건을 의혹의 수렁에 놓아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특검제는 검찰의 수사 후에 중립적 특별검사가 다시 한번 사건을 수사하고 검찰의 감찰까지 점검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특검제 수용지시는 이용호 게이트를 성역 없이 철저히 파헤치라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검찰도 자체 감찰 이후에 특별검사의 수사가 또 한번 예정돼 있어 보다 적당히 감찰을 하지 못하게 됐다.
검찰의 수사와 감찰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루된 검찰 고위간부를 희생시키는 것을 전제로 증거를 확보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검찰 간부 외에도 정치인이건, 김 대통령의 친ㆍ인척이건 이 사건과 연루되면 구제되기는 어렵게 됐다.
여권이 이를 잘 알면서도 특검제를 수용했다는 것은 누가 연루되든 철저히 단죄하겠다는 의미다. 그만큼 이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특검제 수용은 검찰의 자존심과 위상에 엄청난 상처를 주는 조치다. 국가 기강 확립은 물론, 정권의 보루 기능을 하는 검찰을 뒤흔드는 후유증을 감수하면서까지 특검제를 수용한 데는 옷 로비 사건의 뼈아픈 경험이 중요한 준거가 됐다.
당시 미봉책으로 일관하다가 상처를 입을 대로 입고 법무장관과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구속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지만, 이번에는 정면돌파로 이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특검제가 불가피하다면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더욱이 10월25일 재ㆍ보선을 앞두고 야당의 의혹 제기와 공세에 끌려다니는 국면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검찰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부족도 특검제 수용의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야당 시절 검찰의 행태에 문제점을 많이 지적했다”면서 “지금도 이 같은 신뢰부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며 차제에 검찰이 거듭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특검제 수용을 지시하면서 “이번 기회가 부정부패의 마지막 척결 기회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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