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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대전 / 美 국민 언어도 '테러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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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대전 / 美 국민 언어도 '테러후유증'

입력
2001.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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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참사 후유증을 시달리고 있는 미국인들이 언어 사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일상 용어도 참사와 관련해 상대방의 오해를 사지 않을까 ‘자기검열’을 하는 가 하면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진의’를 설명하느라 애쓴다.

미 전역에서 반기로 게양했던 성조기는 23일 제 위치를 찾았지만 미국인들은 참사에 따른 단어선택에 고심하고 있다.

비행기와 시멘트, 콘크리트, 잿더미, 일부분(사체), 연료 등의 단어는 본뜻에서 벗어나 부정적 표현으로 변해 ‘기피 용어’가 된 지 오래다.스포츠에서 위대한 선수를 일컫는 영웅과 땀과 눈물이 담긴 부상에서의 회복(Recovery)이라는 단어도 금기시됐다.

영웅은 구조 현장 등에서 희생된 소방관 등을 일컫고, 회복은 복구라는 의미와 함께 ‘생존자 구조 작업이 끝나 희망이 사라진 상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폴 후셀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미국인들은 비행기와 고층 건물을 바라보며 희생자란 단어를 떠올린다”며 “불이란단어도 홀로코스트(대학살)를 연상케 하는 등 어두운 면만 부각되고 있다”고말했다.

또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관용어구를 무심코 사용했다가는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리게 된다. ‘재미 있다’는 뜻인 ‘Have a blast(폭파)’ ‘실패했다’는 표현인 ‘Crash(추락) and burn’ 등이 대표적인 예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친구등에게 자연스레 건네던 ‘아랍 테러리스트 같다’는 말도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삶과 사고 방식의 표현 도구인 언어가 이처럼 변한 것은 테러 후유증이 그만큼심각하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일상생활 복귀와 건실한 경제를 강조하면서 비행기 탑승과 쇼핑, 공연 관람은 물론 주식 매수 등이 ‘애국적 행동’으로 통하게 된 것도 변화의 한 단면이다.

TV와 라디오도 테러와 불, 파괴 등의 내용을 담은 드라마 또는 노래의 방송을 자제하고 있으며, 영화계도 비행기 폭파를 그린 ‘빅 트러블’ 상영을 미루는 등 미국인들은 언어와 행동에서 자기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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