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여당이 미국의대(對) 테러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중인 ‘미군 등 지원법안’(가칭)이 최종 조정 단계에 들어가면서 한층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이 법이 통과할 경우 이번 전쟁이 끝난뒤 일본 자위대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 당정은 이번 법안이 한시적 특별법임을 강조, 헌법 논란 등을 피해갈 태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위대는 주변정세가 급변할 때 마다 이를 틈타 꾸준히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는 점에서 주변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법안의 새로운 성격
이번 지원법안은 냉전 종결 후 일본이 자위대 활동과 관련해 제정한 2개 법과 차원이 전혀 다르다. 1992년 제정된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은 PKO 등 유엔 중심의 국제적 평화 노력에 일본도 참가한다는 취지였다.
99년의 주변사태법은 유사시 미군의 후방지원을 가능하게 한 내용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추진되고 있는 ‘미군 등 지원법안’은 자위대가 국제테러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해외 분쟁지역에 진출한다는 내용이다. 이 새로운 임무는 그 동안 일본 방위와 국제협력을 명분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텨 온헌법 해석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일본 헌법은 일본 방위를 위해 필요 최소한의 무력행사는 인정하는것으로 해석되지만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는 명문으로 막고 있다.
주변사태법도 자위대 활동 무대를 후방지역에 한정했으나 전ㆍ후방의 구분이 모호한 현대전의 성격상 현실성에 의문을 남겼다.
더욱이 전ㆍ후방이 따로 없는 게릴라전과 대 테러전이 대상인 이번 법안은 지금까지의 족쇄를 아예 풀어버리는 계기가될 가능성이 있다.
■ 주요 내용
미군 후방 지원의 주내용은 주변사태법이 규정한 물자와 장비의 수송ㆍ보급, 의료 서비스의제공 등이며 미군의 무기·탄약 수송도 포함된다.
애초에는 자위대의 무기·탄약 제공까지도 검토됐으나 그 자체가 전투 행위로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해당한다는 지적에 따라 빠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타국의 영해ㆍ영토로까지크게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미군 함정에 대한 보급 등을 이유로 언제든 자위대의 해외 파병이 가능하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일본 당정은미군 지상부대 의료 지원 등을 위해 타국 영토 상륙까지 검토하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일본은 이번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지원용으로 정보수집을 위한이지스 호위함과 헬기탑재 호위함을 포함한 5척의 선단과 대잠초계기 등을 파견할 방침이며, 미군의 요청이 있으면 조기경보기(AWACS)까지 파견할 태세이지만, 이는 새 법과는 별개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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