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이용호 게이트의진상규명을 위해 특별 검사제 도입 의사를 밝혔다. 비록 “국민과 야당이 원하고 검찰의 진상규명이 미진 할 경우“라는단서를 달았지만, 집권측이 이용호 게이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태도라고 평가할 만하다.그러나 한편으로, 특검제 도입에 앞서 검찰의 진상규명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못을 박은 것은 딱히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 큰 흐름에서 본다면, 특검제도입은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측이특검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다, 현재의 검찰 수뇌부 인적 구도로 볼 때 의혹 해소가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검찰에 대한국민 불신은 그 뿌리가 너무도 깊다. 따라서 집권측은 검찰의 진상규명 절차를 기다릴 것 없이 막바로 특검제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어차피 특검으로 가는 것이라면, 중복 수사로 시간과 공적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차제에 집권측은 특검제 도입이 기정사실화할 정도로 권력형 의혹사건이 또다시 불거진 데 대해 자성해야 하리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 최고위원 김근태씨가 ‘권력의사유화 현상’을 지적하고, 이를 “정권의 위기를 넘어한국 민주주의 위기상황”이라고 경고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따지고 보면, 이용호 게이트도 권력의 사유화 현상에서기인한 것이다. 한화갑 최고위원도 비슷한 경고를 한 바 있다.
그는 무풍지대처럼 조용한 청와대를 빗대어 “태풍의핵은 밖의 일을 모르다가 태풍이 휩쓴 뒤 알게 된다” 며 밖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경고했다.
발언의 배경에 특정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손 치더라도, 집권당의 지도부 일원으로서, 그 보다는 정권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잇따라 ‘정권의위기상황’ 을 언급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며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안에서 안을 보기 보다는,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기가 훨씬 수월한 법이다. 집권측 내부를 들여다보면, 지금의 사람들이 그렇게 무능정권이라고 폄하하던 전임 YS정권과 닮은꼴이 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안으로부터 허무하게 무너져 내려, 끝내는 나라 망하게 한 정권이라는 오명을 쓰고 쓸쓸하게 퇴장한전임 정권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IMF를 극복하고, 그 보다는남북 정상회담 성사로 남북화해와 긴장완화의 초석을 다지고, 그런 사연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정권이 정말로 ‘무능한정권’의 닮은꼴이 되어 간다는 것은 정권으로서는 물론, 국민들로서도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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