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중앙아시아 3국에 대(對)테러 전쟁의 충격파가 닥치고있다. 파키스탄과 함께 미국 아프간 공격작전의 핵심 기지로 떠오르면서 이들 국가의 내정은 물론 지역정세가 커다란 격동을 겪을 전망이다.아프간북부 접경국은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지금까지는 국제정세의 흐름과 거의 무관했던 오지(奧地)이자 옛 소련 연방국으로 아직도 러시아의 영향력이 미치는 나라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국민들 가운데 아프간과 같은 이슬람 수니파가 우세하다.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탈레반 정권과 밀접한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이 구 소련 세력 등과 치열한 내전을 치른 경험도 있다.
더욱이 이들 내륙국은 통제된 국경을갖고 있지도 않아 전쟁의 여파가 직접적으로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전쟁에 3국3색반응
3국이 모두 적극적인 테러비난성명을 내는 등 외견상으로는 대테러 전쟁을 지지하고있다. 하지만 타지키스탄은 적극참전, 우즈베키스탄은 수동적 참전, 투르크메니스탄은 실질적 중립 등 속사정은 다르다.
이 지역의 대국인 우즈베키스탄에는22일 정찰 장비를 탑재한 미 항공기가 수도 타슈켄트 부근 투젤 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에서 40㎞ 떨어진 치르치크 기지에도 최근 우즈벡-북대서양조약기구 합동 군사훈련에 사용했던 헬리콥터가 대기하는 등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간 공격에 협조하는 분위기다.
아프간과 1,200㎞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타지키스탄의 에모말리 라흐모노프 타지키스탄 대통령도 이날 “미국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며 대테러 작전에 공조 의사를 표명했다.
라흐모노프 대통령은 수도 두샨베나 아프간 접경 크랴브공군기지를 미국이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라흐모노프 정부는 92년부터 5년간 탈레반 정부와 동맹한 이슬람세력과내전을 치른 바 있어 차제에 이슬람세력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투르크메니스탄은 에너지와 물품거래 등 아프간과 비공식적 교류가 밀접한 나라. 주민들 사이의 일체감도 깊어 군사적협조에는 소극적이다.
▦개전 이후 정국 혼미
미-아프간 개전 이후가 문제다.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면 우즈베키탄 현 정권(옛공산당 계열) 전복을 꾀하는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이나 ‘이슬람부흥당’ 등 탈레반과 밀접한 급진 이슬람 세력들이 군사 공격을 감행,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때문이다.
특히 내전후 공산정권과 이슬람세력이 불안한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타지키스탄에서는 나라가 양분되는 갈등이 발생할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현재 탈레반 무장세력 가운데에는 타지키스탄 이슬람세력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년 여 동안 수백 개의 이슬람 사원을 폐쇄하는 등 이슬람 탄압 정책을 펴온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급진 이슬람 세력의 무장 투쟁으로 정국이 혼미에빠질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와 이슬람세력, 중국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던 이들 국가에 미군이 진주할경우 국제적 분쟁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 일각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역내 이슬람 세력이 전체적으로 후퇴하고 미러 양국의 영향력이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반면 중앙아시아에서 미국의 세력이 확장할 경우, 2만 여명의 군을 진주시켜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러시아와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분석도 나온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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