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발표한 19명의 테러범 용의자 중 상당수가 훔친 신분증을 사용했다는 주장이제기되면서 납치범 수사에 혼선이 일고 있다.영국의 더 타임스는 20일 “납치 여객기 4대의 승객 명단에 들어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 국적의 테러용의자 5명이 살이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며 “FBI 발표 명단의 정확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AFP, AP 통신도 납치범들이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의 여권 등을 훔치거나 위조, 신분을 위장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압둘 아지즈 알 오마리(28)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영국 아랍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아메리칸 항공(AA) 11편기를 탈취,조종한 납치범과 같은 인물로 다루는 보도를 보고 놀랐다”며 “1995년 미국 덴버에서 여권을 도난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사우디 항공 조종사인 사에드 알 함디는 CNN에 피츠버그에 추락한 유나이티드 항공(UA) 93편납치범으로 얼굴이 방송됐으나 현재 튀니지에 살고 있다.
사우디의 전직 고위외교관도 “AA 11편기 납치범으로 지목된 왈리드 알 셰리의 신원이 (나의) 아들과 같다”며 “그는 사우디 항공의 조종사로 4년 전 플로리다주의 엠블리-리들 항공대학을 졸업하고 지금 모로코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신분 도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현직 조종사ㆍ항공 정비사 등 항공 관련 직업에 종사하고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테러범들이 미국 조종사 학교에 등록하기 위해 신분을 위장하는 데 좋은 표적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로버트 멀러 FBI 국장도 “승객 명단에 오른 몇몇의 신원은 아직 의심스런 상태”라고 밝혀 납치범들의신분 위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이름이 비슷한 것인지, 아니면 납치범들이 의도적으로 신분을 사칭했는지를 가리는 것 자체가 수사의 중점이 되고 있다.
수사당국은 납치범들이 범행 과정에서 적발될 위험을 줄이고 오사마 빈 라덴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신분을 위장했을 가능성과 실제 인물의 동의하에 이름을 차용했을 가능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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