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이슬람종교지도자회의(슈라)가 20일 오사마 빈 라덴의 ‘자진퇴거’를요구한 것은 ‘대미(對美) 성전’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파와 국가를 초토화의 위기에서 구하자는온건파 간의 타협의 산물로 보인다. 미국의 공격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고육책이면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명분을강화하겠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슈라 결의의 핵심은 탈레반의 지도자인 모하마드 오마르에게 빈 라덴이 ‘적절한시기에 자유 의사로’ 떠나도록 가능한 한 빨리 설득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슈라는 또 미국 테러 참사 희생자에 대한슬픔을 표하고 현 위기 상황이 해소돼야 한다고 밝혀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슈라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십자군으로 표현, 이슬람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지적, 각국의 이슬람세력을 자극하려했다. 특히미국이 자제심을 보이지 않을 때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성전을 수행할 것이라는 결의도 다졌다.
종교 지도자들은 또 빈 라덴의 자진출국 시한이나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아프간내 빈 라덴 기지와 추종자들의 제거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이 슈라의 결정을 받아들일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서로 장인-사위의 특수관계이고빈 라덴이 지휘하고 있는 아랍계 혼성군이 탈레반 전력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오마르가 빈 라덴를 ‘버릴’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오마르가 슈라의 결정을 수용하는 형태로 빈 라덴을 다른 나라로 도피시키고미국 공격의 명분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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