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교원정년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한나라당이 62세로 단축된 교원의 정년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 살 올려 63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내고 자민련과 공조하여 통과시킨다는 것이다.99년1월에 교원정년 단축안이 확정돼 시행된 지 이미 2년 반이나 지났다. 교육계는 교원정년 62세를 기정사실화 하여 안정을 찾아가고있는 즈음에 한나라당이 거대야당으로서 위력을 과시하고 내년 대선인기몰이 전략으로 교단을 혼란에 빠뜨리려고 하고 있다.
지금은 정년단축에 반대했던 사람들조차도 또다시 정년문제를 끄집어내 교단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입을 모으는 단계다. 해결해야할 산적한 교육 현안들을 제쳐두고 ‘정년 1년 연장’에 골몰하고 있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교육계는 착잡하기이를 데 없다.
왜 정년논의가 지금의 어려운 교육현실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지 지적해 본다.
첫째,정년연장을 주장하는 측은 오늘의 초등교원 부족 사태가 정년단축에서 유래했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정년을 환원 또는 연장함으로써 초등교원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3년의 정년 단축으로 퇴직한 교원은 1만5,000여 명이지만 당시의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으로 한꺼번에 명예퇴직한 숫자가 3만5,000여 명에 이르러 예기치 않은 교원부족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교원수급 불균형의 정확한 원인을 연금법 파동에 있다. 정년을 연장한다고 한들 이미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인해 해당연령의 교원은 한 해에 1,000 명을 넘지 않고, 특히 수업에 직접 투입될 수 있는 평교사는 거의 없어 초등 교원수급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둘째,정년단축으로 높은 연령의 교직인력을사장하여 교육붕괴를 초래하였다고 한다.그러나 정년을 맞은 고령 교사 가운데실력 있고 의욕적인 분은 계약제를 통해 얼마든지 강단에 서게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지식전수와 연구에 주된 목적을 두고 있는 대학의 교수와 달리 초ㆍ중등 학교의 교사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뛸 수 있는 에너지가 요구된다.
정치권에서 교원의 정년을 1년 연장해주는 것이 마치 교원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안겨주는 것처럼 생각할 지 모르나 오히려 ‘고령 교사 교육능력’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한번 교원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우리가관심을 쏟을 부분은 외형적으로 젊어진 교단을 내용적으로 더욱 활기차게 만드는 일이다.
셋째,교원의 정년연한이 길어야 사기가 올라가고, 우수한 인재가 교직에 몰려들어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정년이 길고, 교단이 무풍지대였던 시절에도 우리 교육의 질은 높지 않았고 교육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였다.
‘한번 교사면 영원한 교사’라고 여겨져 교사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교원 정년단축에 전폭적지지를 보냈던 것이다. 더구나 지금도 교사의 신분은 보장되고 있는 현실이다. 부적격 교사의 퇴출제도가 도입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나마 정년까지 연장된다면 현재보다 더 젊고, 더 유능한 교사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염원은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기본적 원리에 비춰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더욱 모색돼야할 때이다. 더 이상 시대착오적이고 한건주의에 사로잡힌 정치권에 의해 교육현장이 휘둘려서는 아니 된다. 정년을 1년 연장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정치권은 심사숙고해 철회하길 바란다.
윤지희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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