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만치 않은 놈, 이대장이대장은동네방네 소문난 말썽꾸러기다. 길 잃은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겠다고 생떼를 쓰다가 할머니에게 얻어맞고, 시험을 보기 싫어 학교 근처 공원으로 도망가버린다.
학부모 참관 수업에서 소동을 피우고, 개미에 정신이 팔려 청소도 하지 않는다. 어른들에게 말대꾸하기 일쑤인 데다 공부도 잘 못한다.
머리속에는 “타조를 타고 교실로 들어가 공부하기 싫어하는 애들을 태우고 가버려야지”라는 생각만 한다.
그렇지만이대장의 속마음은 곱다. 강아지를 키워도 좋다는 허락을 겨우겨우 받아낸 뒤 할머니의 뺨에 뽀뽀를 하면서 “할머니, 사랑해!”라고말할 줄 안다.
아빠의 구두를 닦고 받은 돈으로 할머니의 생신 선물을 사는 녀석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실까 봐 “나 이제 정말 속 안 썩일게. 그러니까 오래오래 살아야 해”라고 울먹이는 아이다.
‘만만치 않은 놈’인 이대장의 말썽에는 이유가있다. 버려진 강아지의 엄마 아빠가 이대장의 부모처럼 이혼했을까 싶어 마음 아파하고, “만날 우리 할머니, 우리 할머니.
엄마도 없으면서”라는 친구 손성래의 놀림에 코피까지 흘릴 정도로 뒤엉켜 싸운다. 엄마가 만들어주는간식이 그리워서 아빠한테 새엄마를 만들어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그래도 이대장은 기죽지 않으려고 한다.
씨앗이 나무로 변하는 데 시간이 걸리듯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면 좋은 새엄마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대장과친구들은 이제 우리 주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엄마 아빠가 이혼해 할머니 손에서 자라고, 새엄마가 만들어주는 떡볶이와 스파게티를먹는 아이들.
엄마든 할머니든 새엄마든 아이들은 주눅들지 않게 키우고 싶다. 학부모들이 보는 앞에서도 당당하게 다리 셋 달린 곤충도 있다고 우길수 있는 아이, 선생님한테 혼나는 건 싫지만 꼭 밥은 먹어야 하니까 학교에 간다는 아이.
이대장은 자기가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믿는단다. 또자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도.
김순이 글, 김병하 그림ㆍ도깨비 발행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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