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조기 민영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9일 우리금융지주사와 조흥은행의 정부소유 지분 일부를 오페라본드로 묶어 11월 중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키로 함에 따라 정부가 주인인 은행들의 민영화작업이 빨라지게 됐다.
그러나 이번 오페라본드 발행 규모가 두 은행 지분의 일부에 그쳐 민영화효과가 미미한데다 미국의 테러대전으로 해외금융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민영화스케줄을 앞당길 경우 헐값매각논란도 일 것으로 예상된다.
■ 오페라본드 발행 배경
스탠더드 앤푸어스(S&P) 등 외국신용평가기관들이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의 걸림돌로 정부소유 은행의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점을 지적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최근 이들 금융기관의 조기민영화를 지시한데 대한 후속조치의 의미도 있다.
재경부 변양호(邊洋浩) 금융정책국장은“ S&P국가신용등급팀이 최근 한국방문 실사에서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을 민영화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면서 “이번 민영화방침은 정부의 조기 매각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어떻게 발행하는가
정부는 11월중 조흥은행과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보유 지분 5~10%를 오페라본드로 발행한다는 스케줄을 갖고 있다. 발행규모는 5억달러이며, 만기는 3년으로 예정됐다.프리미엄은 상장가격의 10~30%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내 달 중 살로만스미스바니, J.P.모건등을 대상으로 ‘뷰티콘테스트’(자격심사)를거쳐 발행주간사를 선정하고, 해외로드쇼를 거쳐 오페라 본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오페라본드는2개 이상의 주식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 채권 만기일 이전에 주가가 높게 오른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 헐값매각 논란
정부의 이번오페라본드 발행계획은 미국의 테러보복 임박등으로 급속히 위축된 국내외 금융시장을 감안하지 않은,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외투자자들 이하이닉스반도체에 수천억원이 물려있는 조흥은행과 우리금융지주회사의 교환사채를 정부의 기대대로 프리미엄을 얹어서 매입할 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해외로드쇼에서 외국투자자들이 이들 은행의 잠재부실을 우려, 냉담한 반응을 보일 경우 본드의 발행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권재중(權才重)박사는 “은행 지분 매각을 서두르기보다는 자산건전성과 자본충실도를 높여 제값 받고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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