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춘향전 얘기나 해보자고.”“시작하자구.”“그래 너부터 해봐라.”고춘자- 장소팔 커플의 만담코미디를 다시 보는 듯 하다. KBS2 ‘개그콘서트’의 ‘환장하겠네’는 강성범과 김준호.
두 개그맨이 무대 한 가운데 가만히 서서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늘어놓을 뿐인데도 관객은 박장대소다.
TV 수상기가 드물던 시절 라디오를 통해 듣고 웃음을 터뜨렸던 만담류 코미디가 먹히고 있다는 증거이다.
만담류 개그가 다시 전성기를맞았다. 과장된 연기로 구성된 드라마적 구성의 꽁트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15일 개편한 ‘코미디 하우스’(MBC)에서도 꽁트 ‘형아’는사라졌다. 살아남은 ‘허무개그’ ‘심리개그- 와룡봉추’나 새로 시작한 코너는 스탠딩 개그 일색이다.
만담류 개그를 주도하는 건 ‘수다맨’강성범. ‘환장하겠네’가 만담의 전통적 형식에 충실한 편이라면, ‘수다맨’이나 ‘봉숭아학당 2001’에서 숨 쉴 틈도 없이 내뱉는 그의 수다는상대 개그맨이 맞장구쳐 주는 것만으로도 만담으로 완성된다. 일상적 회화와는 다른 독특한 만담식 톤도 강성범의 입을 거치면 어색하지 않다.
만담류 개그는 ‘개그콘서트’나‘코미디 하우스’ 처럼 콘서트 형식의 코미디 무대에서 아주 유용한 형식이다.
연기자의 움직임이 적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라도 풀어낼 수 있는 개그이기때문이다. 이런 시각적으로 밋밋한, 말장난에 불과한 만담류 개그에 MTV적인 화려하고 동적인 영상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은뜻밖이다.
‘개그콘서트’의 양기선 PD는“만담의 묘미는 마지막 극적 반전에 있다”고 말한다. “이몽룡이 가고 나니까, 변사또가 수청을 들라고 하더라고.
예쁜 건 알아 가지고. 변사또가춘향이 주리를 틀라고 한 거야. 그런데 이놈의 포졸들이 임주리 판을 틀고 ‘립스틱 짙게 바르고~’ 이러고 있으니, 환장하겠네.”
특별한 내용 없어 보이던 이야기가 마지막에 의외의 결말을 맺는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엽기토끼 마시마로’시리즈가 단순한 화면이면서도 의외의 반전으로 인기를 끈 것과 무관해 보이지않는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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