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정책 완화를 둘러싼 경제 부처간 알력이 난기류를 타고 있다. 부처간 업무를 조율하다 보면 ‘공조와갈등’이 일상적인 일이지만 최근 출자총액제 완화에 대한 범 경제부처의 공조는 ‘공정거래위원회 왕따’라는세간의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다.재정경제부는 지난 17일 열린 비상경제장관간담회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고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출자총액과 관련한 아무런 부처간 협의나 합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협의 안건과 합의사항을 실무협의를 통해 사전에 개략적으로나마 조율해 온 관례도 철저히 무시됐다. 회의에배석한 공정위 오성환(吳晟煥) 독점국장은 “이날 안건에 출자총액제가 포함됐다는 것도 당일 간담회장에서 알았다”고말했다.
이에 앞서 재경부 주관으로 4일 열린 경제차관 간담회에는 산자부, 기획예산처 등 6개 부처 차관이 모여 출자총액 완화 안건을협의했으나 정작 주무부처인 공정위에는 회의 개최사실조차 통보되지 않았다.
이 날 행사관련 보도자료에 대해 공정위는 어김없이 반박자료를 냈고, 정부부처가동일한 사안에 대해 타 부처 공식자료를 반박하는 이 같은 어이없는 일은 최근 한 달 새 무려 4차례나 반복됐다.
이에 대해 모 경제부처 관계자는 “매번 협의 안건이 갑자기 정해지는 바람에 공교롭게 공정위가 빠졌을 뿐 고의성은 없었다”며“설혹 의도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공정위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즉 공정위가 현실을 도외시하고 재벌규제의 당위성만을 고집하는 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공정위도 이남기(李南基) 위원장이 이번 주 초 나서 언론사 경제부장단 및 논설위원들과 잇달아 오찬회동을 갖는 등 ‘장외투쟁’에 나섰다. 정부는 십 수년간 존속해 온 재벌정책의 근간이 바뀔 수 있는 현안을 이렇게 풀고있다.
최윤필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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