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건의 뒤에는 그만한 경제적 변동이 따라붙게 되어 있다. 다분히 정치 사회적인 사건이 뜻밖에도엄청난 부(富)의 이동으로 이어진 사례가 과거 역사에서 다반사다.그래서 이런저런 사건 때마다‘경제적 음모설’까지 단골메뉴처럼 등장하곤 한다. 국가나 기업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건 발발을 배후에서 유도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사건과 경제는 아주 미묘한 함수관계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궤적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재벌인 유럽 로스차일드 가문의 성장사도 그런 맥락에 있다.
19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워털루전쟁이 로스차일드가에 일확천금의 기회를 주어 유럽의 경제 지형을 바꾸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사건은 극단적인 음모설의 한 재료다. 침공의 배후에 미국의 경제적 이해타산이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21세기 들어 최대 사건인 미국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를 통해 큰 돈을 챙겼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주가가 떨어질 경우 이익을 보는 ‘풋옵션’ ‘공매도’ 등 선물기법을 이용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보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 직전 며칠간 미국 항공사와 보험사 주식에 집중된 선물거래가 평소 몇 배 이상 급증한 특이 현상이 있었다 한다. 미국증권당국이 실제 조사에 나선 것을 보면 그냥 만들어낸 이야기는 분명히 아니다.
■이같은 의혹의 진상은 미궁에 빠질 공산이 크다. 얼굴을 숨긴 금융거래가 세상에 너무 많아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일 경우, 또 하나의 충격이다. 테러조직이 사건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재테크’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말이 된다.
극단적인 경우 이념이 아니라 오로지 돈을 위해 테러를 일으켰다는 가설도 성립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범행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사건 경제학’을 새로 기술해야 하는 엄청난 쇼크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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