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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테러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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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테러의 경제학

입력
2001.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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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륜적인 테러에 대한 보복에 나선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테러의 박멸’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정말 테러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류 역사에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대립과 갈등, 다툼이 있는 한 그 해결방식의 하나로서 테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테러가 근절되기 어려운 이유 중에는 테러가 갖는 독특한 ‘경제성’이있다. 테러리스트의 입장에서 본다면 테러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생산성 높은 수단이다. 이번에 테러범들은 불과 20명 이내의 소수 인원으로 일거에 진주만 폭격 당시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미국에 안겨주었고, 세계경제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는데 성공했다.

더욱이 테러범들이 비행기를 납치하기위해 동원한 장비가 테러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것 같은 거창한 총기류나 폭발물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작은 칼이었다고 하니 정말 ‘경제적’인테러인 셈이다.

테러는 또한 약자가 강자와의 대결에서 물리적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로마제국의 지배자로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던 줄리어스 시저는 반대파 정객이 휘두른 칼 한 자루에 맥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번 테러 참사에서 최악의 피해를 당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지난1993년에도 폭탄테러를 당해 수 십 명의 사상자를 낸 적이 있다. 테러범들이 유독 이 쌍둥이 빌딩을 반복해서 공격목표로 삼은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뉴욕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건물이기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테러에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증오와, 미국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려는 저의가 엿보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테러의 배후세력이 테러로 인해 세계주가가 폭락하는 틈을 이용해 주식 선물거래로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는점이다. 아직까지는 추측 수준에 불과하고, 테러세력의 파렴치를 부각시키기 위한 선전 공세일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이라면 생명과 돈을 교환하려는 악마적거래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테러사건이 세계경제에 쇼크를 준 것은 분명하지만 테러범들의 의도대로 파탄으로 접어들 조짐은 없다. 사흘간의 휴장을 거쳐 17일 개장한 뉴욕증시는 개장 첫날 7.1%가 떨어지긴 했지만 무려 22% 폭락한 87년 블랙먼데이에 비하면 예상보다 낙폭이 적었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세계적 공황으로 비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금리를 동반 인하하는 등 테러쇼크를 이겨내려는 세계 각국의 연대는 한층 강화됐다.

이번 테러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보다 오히려 한국이다. 테러 다음날 한국의 주가 폭락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컸다. 또 테러의 충격으로 미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화에 대한 각국 통화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지만 원화만은 유일하게 약세를 면치 못했다. 테러이후 긴박하게 돌아가는 사태발전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어지럽기만 하다.

그러나 위기는 이제부터다. 전쟁에서 진격보다는 퇴각하는 과정에서 더욱 질서 있는 작전이 필요하듯이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배정근 경제부장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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