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한 테러에 이라크 배후설이 급부상,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대전’ 이 중동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이 18일 “한 개 이상 국가가 여객기 납치를 배후, 조종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 언급한데 이어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부 장관도 이라크 연루설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음으로써 중동에서의 미국의 적성국가 ‘1순위’ 이라크 정권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깊숙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한 고위 정보관리는 이와 관련,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에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를 충돌시킨 모하메드 아타(33)가 올 초 유럽에서 이라크 정보기관 관계자와 접선했다는 보고서를 입수했다” 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분명한 톤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정부 고위 관리들이 특정국을 배후 조종국으로 사실상 지목한 것은 처음이어서 이번 전쟁이 어느 한 테러조직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치러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미국이 테러 배후국으로 아프간보다 이라크를 먼저 거론한 데 대해 ‘정치적 동기와 음모’ 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영국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타도하기 위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후세인 전복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미국이 배후규명과는 별개로 이라크를 칠 수 있는 명분으로 테러사건을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인위적인 이라크 연루설은 중동정세를 불안정하게 할 뿐 아니라 오사마 빈 라덴을 재판대에 세우려는 정의로운 전쟁을 퇴색시킬 수 있다” 며 “이를 계기로 워싱턴내 보수 매파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사태를 빚을 수 있다” 고 경고했다.
또 다른 의혹은 미국이 “테러와 연계된 모든 국가와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 는 확전의 명분으로 이라크를 우선 지목했으리란 추측이다.
빈 라덴이 범행을 조종했다는 물증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여서 ‘테러대전’ 이란 거창한 명분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을 걱정한 고육책이란 지적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수사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답보상태를 보일 경우 미국이 국제적 연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반 이라크’ 정서를 바탕으로 이라크를 보복 공격하는 선에서 테러대전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응징은 아프간 내 빈 라덴 조직에 대한 공격 이후 2차 공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스라엘 당국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이라크는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라크는 4개의 미사일 발사대와 이스라엘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20기여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