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세계무역센터건물이 있는 맨해튼 거리에 사는 내 친구는 뉴욕 테러사건을 종이로 맞이했다. “‘그날’ , 비행기가 ‘삐라’를뿌린 듯 하늘에 종이가 날리고 창문으로 금융회사 서류가 날아들어, 무슨 일인가 하다 사고소식을 알았어.” 14일 뉴욕타임스가 “28년 된 건물이 토해낸 서류, 메모, 팩스용지가 인근거리 건물 창가마다 3인치씩 쌓였다”고 쓴 기사를 보면 친구 말에는 과장 없다.그는 맨발에 화장하다 만 얼굴로 주민들과 일층에 모여 공포 속에서 ‘기다렸다.’ 경찰이 긴급전화로 지시한 ‘그대로 있으라(stay)’는 말에 누구나 따르는데 “믿고 말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고 한다.
테러이후, 미국의 언론과 학자들은 대외정책, 사회체제 등 여러 면에서 ‘미국’을재진단 했다. 그 중 기억되는 진단이 있다. “로마부터 대영제국까지 역사상 오늘의 미국만큼 세계를 지배한 나라는 없다.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힘, 대중문화와 세속적인 미국식 라이프스타일과 자본에의 추구 영향력에서 세계인들은 묶여있다. 96년 미국 대중문화를 막는다고 모든 TV 세트를 나무에 매달았던 아프간을 비롯한 이슬람 사람들은부정의 태도, 적대감으로 미국의 힘에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미국이 가진 힘의 효과, 적대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재진단을 보면, 또 사고 후 날이 가면서 쏟아지는 미 정부의 항공안전 불감증지적을 보면,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새삼 의문이 든다.
한국을 항공안전도에서 2등급으로 분류한 미 정부가 정작 97년 크랜들이라는 당시의 미 항공사협회장이제안한 비영리적 공항안전기구 설립(
www.washspkrs.com/speaker.cfm
)을 묵살하고, 항공안전을 공적 문제로 인식하여 공항안전 검색원들의 월급을 공항과 정부가 부담하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항공사들이 부담하도록 두어,경력도 불문에 부친 직원들이 싼 임금으로 일하게 해왔다는 말에는 눈이 커진다.
그런데 내 친구는 말했다. “미국인들, 참 우리를 놀라게 해. 경찰, 소방관 말을 그렇게 잘 들을 수 없어. 그러니 소방관이 위험도 모르고 일하겠지.” 비자발급이라는 사안 하나로도 많은 이들을 ‘열 받게’ 만들지만 미국인들의 테러사건 처리는 여러모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사고직후 환자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한 헌혈자의 긴 줄,더 필요없다는 안내가 나붙게 몰려든 자원봉사자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을 위한 스트레스장애상담센터설립과 곧 이은 상담의 주의사항논쟁(
www.apa.org/monitor
).
정말 놀라운 것은 사고직후 비극의 상업화를경계하고 미국인들이 비극에 대처토록 하는 데 힘을 기울이자고 다짐한 언론들이다. 뉴욕타임스는 20일 벌이려던 창간150주년 행사에 조용하고 방송들은 광고 없이 속보를 내보냄으로써 하루 4,0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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