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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제국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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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제국의 역습

입력
200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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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역습 (The Empire Strikes Back)이번 미국의 참혹한 테러사태 전개의 전 과정을 보면서 이를 문명 충돌의 전주곡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보다 깊이 볼 수 있다면 이번 사건이오히려 정보국가(intelligencestate)와 시민사회와의 충돌의 전주곡이라는 것을 읽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미국이라는 정보제국(intelligenceempire)과 시민사회 간의 충돌의 전주곡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읽어낼 수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국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비대한 관료조직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냉전시기 안보와 경제기능의 상당부분을 국가가 떠맡으면서 국가는 시민사회에 깊게 침투하였다.

그러나 냉전종식, 민주화, 세계화의 물결이 지구의 상당부분을 휩쓸면서 시민사회의 공간이 넓어지고 시민사회는 자신에 깊게 침투한 국가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즉 시민의 정치, 경제적 자유를 위하여 시민사회는 작은 정부를 요구하게 된것이다.

이번 테러사태 전개의 전 과정은 이러한 시민사회와 국가간의 관계에 새로운 충돌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 이번 테러 공격은 전통적인 전쟁과 다르게 적이 국가가 아니고실체가 확실하지 않은 초국경적 테러집단이다.

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발견하기가 어렵고 평소에는 국가의 첨예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위협의수단도 전통적인 공격수단이 아니라 국내선 항공기라는 의외의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공격의 방향도 국가 안에서 안을 공격하는 매우 비전통적인 방향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매우 전통적이다. 국가간 전쟁을 선포하고 핵무기의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즉 비전통적인 위협에 전통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인데, 어쩌면 미국이 이번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도 이러한 냉전사고를 가진 미국 정부의 안보관이 일조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대응은 미국시민에게 잠시 카타르시스만을 선물할 뿐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장기적으로테러를 철저하게 방지하는 것이며 대량보복이 아니라 세밀하지만 넓은 지역에서 동시에 통합될 수 있는 국가의 고도의 정보력이다. 즉 고도의 정보활동으로 초국경적, 비전통적인 위협을 사전에 파악하여 분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국의 시민사회뿐 아니라 타국의 시민사회에대한 국가의 고도의 침투력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영역에서 시민사회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초국경적, 비전통적인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해서는 적절한 장치를 시민사회는가지고 있지 못하다.

고도의 정보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안보문제는 따라서 국가의정보수집과 감시역할 증대를 의미하며 그것은 곧 시민사회에 국가가 다시 깊게 침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세계경영을 하는 국가이며 미국에 대한 비전통적 위협은초국경적으로 산재하고 있어 미국은 자국의 시민사회를 뛰어 넘어 타국의 시민사회에까지 침투하게 될지 모른다. 그야 말로 ‘정보제국의 역습’을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하나의 딜레마에 봉착한다. 시민사회는 자유와 권리와 효율을 위하여 작은 정부를 요구하지만 새로운 위협에 대한 안전을 위하여 다시금 자신에게 깊이 침투하는 국가를 요구하게 될지도 모른다.이러한 딜레마에서 우리의 선택은어디로 가야만 할까. 적절한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하기만을 바란다.

이 근 서울대 국제지역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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