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대진의 행보를 보면 꼭 고생문으로만 다니는구나 싶다. 쇼팽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를 마친 데 이어 모차르트 대장정에 들어간다.27일 저녁 7시 30분 서울 광화문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첫 연주회를 시작해 2004년 3월까지, 8회에 걸쳐 27개나 되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전곡에 도전한다.
최근 녹음한 음반 존 필드의 ‘녹턴’(굿인터내셔널)도 18일 발매됐다. 불혹의 나이에 다시 모차르트를 만나러 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지금 모차르트인가.
“모차르트는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할 수 있다. 어릴 때는 아무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손만 잘 돌아가면 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이 들고 세상 경험을 하면서 함부로할 수 없는 음악이 되었다.
그래서 멀리 돌아서 오고 싶었다. 나이 사십 쯤이면 모차르트를 다룰 자격을 갖춘 게 아닐까. 또 이런 기획을 통한국내 음악계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연주를 듣고 클래식 음악을 다시 찾게 하고 싶다.”
모차르트를 만나러 가는 심정은.
“어린 아이처럼 설렌다. 그의 음악은 영원한 사랑의 메시지다. 신학자 카를 바르트는 ‘천사들이 저들 멋대로 모차르트를 연주하도록 내버려두고 주님께서 그들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장면을 상상한다’고 했다.
쿠르트팔렌은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작품에 의해 천상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차르트 그는 바로 천상에서부터 온 것’이라 했다.
모차르트의 생애는 그리 행복한 게 아니어서 말년에는 고독하고 빈궁했으며, 냉담한 세상에 절망했다.
그런데도 그의 음악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은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추구한 것은 사랑에 대한 동경이 아니었을까.”
-첫 연주회를성당에서 하는 까닭은.
“모차르트에 적당한 홀을 생각해봤다. 너무 크지 않고 자연스런 울림이 있고 기존 현대식 음악회장과는 다른 모차르트 시대 분위기를 지닌 곳으로 성당을 찾아냈다.총 8회 연주회 중 세 번은 지방에서 할 것이다.”
-매회 진행은.
한 번에 서너 곡씩 연주한다. 학생, 교수, 아는 선후배 25, 26명으로 모차르트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다.
27일 첫 연주는 11, 17, 23번으로 한다. 23번은 모차르트 협주곡 중 선율이 가장 아름다운 곡이다. 그래서‘미의 세계로의 심취’라는 부제를 달아봤다.
첫 회를 포함해 두 번 정도는직접 지휘도 할 계획이다. 그러면 오케스트라와 더 밀착할 수 있다.”
-좋아하는 모차르트 연주자는.
“미국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다. 그는 모차르트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새 음반 존 필드 ‘녹턴’에 대해 설명해달라.
“서울 세검정 성당에서 녹음했다. 울림이 아주 좋고 경건한 곳이어서 녹음하면서 스스로 정결해지는 느낌이었다.
미국 ‘사운드미러’ 의 한국인 엔지니어가 작업을 맡았는데, 국내 녹음 사상 가장 완성도가 높고, 외국에 내 놔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녹턴은‘야상곡’(夜想曲)이라는 뜻에 걸맞게 달콤하고 몽환적이다. 필드는 ‘녹턴’의 효시다. 쇼팽 녹턴에 그의 영향이 역력하다.
필드의 녹턴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인데, 음반이 거의 없다. 이번 음반은 외국에도 나가는데, 반응이 어떨지 걱정된다.
미환기기자
mhoh@h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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