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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대전 / 국제사회 미묘한 기류…中 "응징은 유엔통해"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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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대전 / 국제사회 미묘한 기류…中 "응징은 유엔통해" 선긋기

입력
200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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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하는 반 테러 보복전쟁의 당위성 옹호가 전세계적인 대세인 듯 하지만 국제정치무대에서는 이와는 다른 미묘한 기류가 있다. 중국, 이란 등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테러응징 문제의 유엔화’가 바로 그것이다.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하나인 중국은 테러와의 국제적 싸움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그것은 ‘유엔 깃발 아래에서의 협력’이라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동시다발 테러 하루 뒤인 12일 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엔’등에서의 반 테러 협력에 합의했다.

장 주석은 이때 “각국 외무장관들과 미ㆍ중 두 나라 유엔 대표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협상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논의의 장이 유엔임을 분명히 했다. 이란도 테러행위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는 별도로 17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보복에 반대한다”면서 유엔이 대 테러 투쟁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테러 응징은 성급해서는 안 되며 유엔이 올바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는 적절한 장소”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의 독자적인,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차원의 보복 군사작전을 막기는 어렵겠지만 국제정치적으로는 계속 파장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의 가상 적국인 중국으로서는 ‘반 테러’라는 명분을 업고 미국의 패권주의가 보다 공고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테러 응징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상정돼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미국이 갈 길이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유엔’이라는 고리를 걸어둠으로써 미국이 ‘21세기 첫 전쟁’이라고 선언한 반 테러 전쟁이 제3의 길을 찾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었다. 실제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17일 “반 테러 연대는 정치, 외교, 정보수집, 군사행동 등 다방면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듯이 반 테러 연대의 상시화가 미국의 패권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세력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사일 방어체제(MD)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미국은 이미 이러한 조짐을 읽고 분석도 나온다.

‘유엔으로 가자’는 논의는 테러 응징 문제의 군사적 해결이 아닌 정치적 처리, 각국 이해관계의 총체적 조정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18일부터 연쇄적으로 이어질 프랑스, 인도네시아, 영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에서도 유엔 문제는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테러 응징에 대한 군사적 참여에 유보적ㆍ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도 내심 유엔 논의를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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