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대나무(靑竹)의 고장에서 자라난 고교생들이 대나무 연구로 전국과학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전남 담양고 2학년에 재학중인 박동민(朴東珉ㆍ사진 왼쪽) 이충형(李忠炯)군은 ‘전통죽력(竹瀝) 추출법 복원 및 활용에 관한 탐구’로 제47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304개의 출품작 가운데 학생부 대상을 차지했다.죽력은 대나무 줄기를 구울 때 흘러나오는 즙으로 예로부터 담양사람들은 죽력을 마시면서 건강을 유지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지난해 10월 담양 죽물 박물관을 견학한 이들은 그러나 고혈압 중풍 당뇨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죽력의 추출법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웠다.
“죽력 제조법을 복원하면 사라져 가는 담양 대나무숲을 보전하고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도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들은 곧바로 죽력 추출법 연구에 나섰다.
10개월 동안 진행한 연구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양질의 대나무 즙을 추출할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가마에 불을 지펴 놓고 수업을 받을 때 화력 조절에 실패할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수많은 실험 끝에 높은 화력에도 깨지지않고 죽력을잘 받아낼 수 있는 현대식 죽력가마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몸에 해로운 타르 성분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두어 죽력을 빼낸 후에는 효력을 검증하느라 지렁이, 토끼 등을 대상으로 실험도 했다. 그 결과 가마에서 추출한 죽력이 무독성이며 임상실험을 통해고혈압 개선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성과도 얻었다.
“상금은 대학 진학비에 보탤예정”이라는이들은 “무엇보다 우리 동네인 청죽골에 대한 사랑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연구”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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