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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대전 / 선과 악의 두 얼굴 '빈 라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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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대전 / 선과 악의 두 얼굴 '빈 라덴'

입력
2001.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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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44)이 미국 테러참사의 최대 배후로 떠오르면서 그를 둘러싸고 선과 악, 증오와 추종의 감정이 뒤섞인 논란이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그는 16일(현지시간) 미국 테러참사 이래 처음으로 직접 나서 자신과 이번 사건과의관계를 부인했다. 그는 아프간 이슬람 통신(AIP)에 전해진 성명에서 “나는 아프간에 살고있고, 아프간 지도자의 통치를 따르고 있다”며 “아프간지도자가 나에게 그 같은 일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그를 ‘악의 화신’으로점찍은 미국은 그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미국측에 따르면 그는 미국 민간인을 테러의 대상으로 공식화한 이른바 ‘뉴테러리즘’의 대부이며, 테러가 ‘성전’이라는 인식 아래 아랍 테러리즘을 지구촌 차원으로 네트워크화한 중심인물이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정부 국가안보 자문 위원이었던 제임스 스타인버그는 “빈라덴은 세계 각지의 아랍 테러조직을 네트워크화한 최초의 인물”이라며, “직할조직인 알 -카에다를 통해 지구촌 차원의 모든 이슬람 테러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주장했다.

전직 국무부 요원이자 서남아시아 전문가인 스티븐 필립 코언은 “아랍부호들의 개인적 차원의 기부뿐 아니라, 아랍 국가 차원의 지원 역시 일부가 빈 라덴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며“빈 라덴은 마치 ‘테러리즘의 포드재단’처럼 각지의 테러를 직ㆍ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밝혔다.

자신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테러 개입에 관한 개연성은 빈 라덴 스스로가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1998년 실제로 “미국과 그 동맹국의 민간인과 군인을 죽이는 일은 모든 이슬람의 의무”라고 천명함으로써 이번 사건으로 극대화한 무차별 테러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빈 라덴에 대한 미국의 증오가 강해질수록, 그에 대한 이슬람권의 추종과지지는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이다.

빈 라덴의 아프간 자택을 방문했던 파키스탄의 한 추종자는 “그는 온화하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도 관대한 주인”이라며 “저녁 식사 때엔 하인을 시키지 않고 자신이 직접 손님의 손을 씻어줬을 정도”라고말했다.

빈 라덴과 동창인 사우디의 한 유력자는 “그는 3억달러 이상의 유산을 가진 재벌 2세로서의 안락함을 뒤로하고 신념에 따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아프간 빈민들에게 다가간 사람”이라며“어떤 경우라도 인간적으로 그를 비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우디에서 아직도 수십억달러 규모의 건설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빈 라덴 가문에서는사건 발생 후, “우리는 이제 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짐짓 빈 라덴으로부터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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