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보복이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전쟁임이 분명해지면서 강대국,미국의 동맹국, 그리고 적들이 모두 고민에 빠져들었다. 참전하는 지상군의 피해, 전쟁의 명분, 국제군 형성이후의 정세, 그리고 보복 테러의 가능성등이 모두 고려의 대상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특히 최대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아랍 국가들의대응은 앞으로 전쟁의 성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나토의 움직임
공동방위조항에 의거,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병력파견을 놓고는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상당수국가들은 미국이 이번 작전을 ‘전쟁’으로 보는데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영국조차 확실한 증거를 찾은 이후에만 보복이 있어야 하고 미국에 ‘백지수표’를 위임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프랑스 위베르 베드린 외무부 장관은 “이번 테러에 부적절하게 대응하면 ‘문명의 충돌’ 가능성까지 있으며 이것이 바로 테러를 꾸민자들이 노리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계했다.
유럽연합(EU)의장국인 벨기에의 미셸 외무장관도 “미국은 비이성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지 로버트슨 나토총장은 “나토의 공동방어조항인 제5조를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대응방식도 신중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러시아가 과거 10여년간 아프가니스탄과의 전투경험과 아프간 이슬람 전투조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만으로도 미국에는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미군에게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러시아군기지 사용을 허용하는 것.아프간 침공의 길을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어 앞으로 외교전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일단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부장관은 15일 "테러에 대한 투쟁에서 무력사용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군사행동은 극단적 수단"이라며 직접적인 지지를 유보했다. 하지만 독립국가연합 소속인 투르크메니스탄은 참전도 불사하겠다는 태세이다. 한편 미국은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 공항과 탈레반 정권반대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구 소련공군기지 등을 사용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러시아언론이 16일 보도했다.
■ 중국
탈레반과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은 모든 군사행동이 유엔안보리의 결정을 거쳐야한다고 주장,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장쩌민 국가주석은 최근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과의 반테러 협력을 제의하는 등 원칙적인 지지를 표시했다.주방자오 외교부대변인도 중국과 탈레반 정권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보도를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군사작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아랍권과 이란
미국은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뿐만 아니라 테러지원국가로 간주 제재해왔던 이란과 시리아 등 ‘적’들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탈레반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던 사우디와 UAE는 탈레반과의 외교관계를 대리대사급으로 격하했다. 79년 혁명이후 미국과 국교를 단절한 이란은 비공식적으로 관계개선을 타진한데 이어 최근에는 "참전은 곤란하지만 국경봉쇄정도는 묵시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미 정부 관리들은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이 놀랄정도로 전향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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