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차 올라 앞이안 보이고 숨쉬기가 어려워요. 꼭 빠져 나갈게요….” “이것이 마지막 통화같소. 당신은 내게 전부였소.”미 뉴욕 세계무역센터(WTC)건물 속에 갇혔던 이들의 ‘최후의 통화’내용이 알려지면서 사고당시 절박한 상황들이 드러나 보는 이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미어지게 하고 있다.
북쪽 빌딩 89층 매트라이프보험사에 근무하던 박계형(28ㆍ여)씨는 비행기 충돌 직후 가족들이 다니는 퀸스장로교회 김동서 목사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폭탄이 터지고있는데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어요.
다행히 비상계단이 열려 있어 직원들과 같이 대피하고 있어요.” 이 와중에도 박씨는 중풍에 걸린 어머니걱정에 “꼭 빠져 나갈게요. 엄마한테는 무사하다고, 아무 일 없을 거라고 꼭 전해 주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로부터 30분 뒤인 9시40분께 아버지 박순규(58)씨에게 “1층까지는 왔는데,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빠져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 통화를 마지막으로 건물은 무너져 내렸다. 박씨는 재미 동포인 예비 의사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역시 북쪽 빌딩86층에 갇혀 있던 미국인 제임스가튼버그(35)씨도 비상출구가 막혀 사무실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던 마지막 1시간 동안 전화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필사적인 구조요청을 보냈다.
그는 오전 8시45분 친구 애덤 골드먼에게 전화를 걸어 “방화문이 닫힌 데다 무너져 내린 잔해 때문에 계단쪽 문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고 위급한 상황을 전했다.
회사의 부사장 마거릿루버다는 전화로 911 소방대원과 가튼버그 사이의 통화를 중계하면서 “물로 옷을 적셔 호흡하고, 책상 아래로 숨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더 이상얼마 버티지 못할 것을 감지한 그는 아내 질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 당신과 우리의 딸이 내게는 전부였다”는 말을 남겼고, 15분 뒤인 오전 10시5분께 건물은 붕괴됐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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