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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테러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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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테러와 가족

입력
200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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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을 경악시킨 이번 미국 테러의 배경은 깊고 크다. 기독교와 회교세계의 문명 간 충돌이란 말도 있고, 중동사태를 중재해 온 강대국의 편향된 정책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반목은 불화를 낳고, 불화는 싸움을 낳고, 싸움은 살육을 낳는다. 이젠 학살이 빚어낸 증오가 테러를 통해 세계인의 머리를 강타했다. 원인이 무엇이든 TV의 테러장면 방영은 폭력 영화보다 더 처절하게 증오감을 전염시킨다.

■일선학교에선 교육이 문제라고 한다. 이런 참변을 적절히 설명하는 방식을 선생님들도 배우지 못했다.

철없는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에서 봤던 장면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흥분하면서 심지어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한단다.

이미 영화의 폭력장면과 게임 속에서 무자비한 살육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한없이 반복되는TV화면이 가져다 줄 악영향이 걱정이다.

■미국 언론에 우리에겐 낯익은 가족찾기 운동이 벌어졌다. 어느날 갑자기 무려 5,000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까닭이다.

희생자들의 출신도 다양하다. 영국 100여명, 호주 90여명, 방글라데시 50여명, 한국 18명(사망 2·실종 16)에 이어 일본 멕시코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엘살바도르 중국 인도네시아 이집트 남아공 짐바브웨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라질 페루 도미니카 아르헨티나 칠레 스웨덴인 등등. 얼마나 놀랍고 가슴 아픈 사연이 첩첩이 쌓였을까. 왜 각국 정부가 같이 분노하는지 알 수 있다.

■갑작스런 참변은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을 해체한다. 희생자들이 아버지 어머니이고, 아들 딸이며, 또 사위와 며느리이기 때문이다.

테러를 응징하는 전쟁이 벌어지면 지구상 어딘가 가족의 희생은 계속된다. 전투군인이 전사하더라도 그들 역시 아버지이고 아들이고 손자인 까닭이다.

어린아이가 전사한 아버지 사진을 마주한 장면이 떠오른다. 폭력은 그처럼 인류의 삶을 파괴한다. 문명을 계승하는 가족을 절망에 빠지게 하면서.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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