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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가는길 / 이슈 & 포커스 - 조직위 행정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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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가는길 / 이슈 & 포커스 - 조직위 행정 문제있다

입력
200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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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초 실시된 월드컵 입장권 2차 국내판매 광고 대행사 선정입찰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했다. 최저가 낙찰방식으로 진행된 공개입찰에서 D사가 단돈 1원을 제시해 2,888만원을 써낸 L사를 따돌리고대행권을 따낸 것이다. 당초 예정가는 6,700만원이었다. 광고 대행사 결정은 광고시연(프리젠테이션)을 통한 방식이 일반적으로 최저가 입찰은 업계관행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이 달 초 전세계 언론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웹 메일 정보제공 서비스업체 선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예정가가 800만원선이었으나 모 회사는 4만9,000원으로 응찰해 다른 4개사를 따돌렸다. 이에 대해 조직위내부에서조차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월드컵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무형의 효과를기대하고 과잉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문제지만 조직위가 경제사정 악화로 형편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경쟁심리를 악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건 잘못”이라고지적했다. 특히 터무니 없는 최저가 입찰은 제품 질의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는 크다.

조직위의 행정문제를 논할 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공동위원장제.지난 해 10월 논란 속에서 공동위원장제로 직제가 개편된 후 업무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선이 빚어진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조직위 직원들의하소연이다. 결재지연은 물론이고 언론 인터뷰 배정 등을 놓고도 두 위원장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행정가형(이연택)과 정치가형(정몽준)의‘황금분할’이라는 당초 기대효과는 무색하고 오히려 조직위 행정을 절름발이로 만들었다는 평가가많다.

두 위원장은 일본 천황초청 문제 등 공동개최국 일본에 대한 시각차이를 비롯 대회홍보 등 각종 정책에 대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직원들의 출장기간을 놓고도 의견이 달랐던 적도 있다. 사업에 대한 마찰도 빈번해 월드컵D_1년을 기념해 조직위가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글로벌 콘서트’가 양 위원장의 극단적인 마찰로 물거품이 된 일이있다. 일부에서는 직원들의 ‘줄서기’에 대한 우려까지나오는 실정이다.

두 위원장은 얼마 전까지 사적인 자리에서 단 한차례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을정도로 냉랭한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 달 말 두 위원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함께 식사를 하는 등 화해 분위기 조성에 나섰으나 문서의 최종 결재란이두개라는 점에서 비롯된 문제는 치유되기 어렵다. 최근에도 일본 도시바사가 미국 ‘뉴스위크’지에게재한 월드컵광고에서 교묘하게 한국(KOREA)을 지우려고 시도한 데 대한 대응방식을 놓고 양 위원장의 의견이 엇갈리는바람에 조직위의 대응이 미지근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업지원 부서(감사ㆍ총무)의 형식논리도 ‘발목잡는 구조’의 전형이다. 얼마 전 소액의 홍보물품 구입과 관련, 기준에 맞는 규격품을 만드는 업체가 한곳인데도 총무파트에서 직접 구매 대신 입찰을 고집하는 통에 시간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 일이 있었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규격품 제조업체에일제히 납품문의를 했고 결국 입찰은 요식행위에 그치고 말았다.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월드컵 홍보용 표지커버 무료제공 계획도 발목이 잡혔다. 사업지원부서에서 시장가격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식으로 단가의 하향조정을 주장해 추진이 늦어진 것. 새 학기가 이미 시작한 터라 이 계획의 사업성은 반감됐다.

김정호 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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