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디(Daddyㆍ아빠)는왜 안 오시죠. 출장갔다가 장난감 사온다고 하셨는데…."지난 11일 미 국방성(펜타곤)에 충돌한 아메리칸 항공 보잉 757기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탑승했다 희생된 미국동포 이동철(48ㆍ보잉사직원)씨의 버지니아 리스버스 자택. 이곳에는 14일에도 ‘대디’를 애타게 찾는 3남매와 부인 등 가족들의 울부짖음이 이어졌다.
특히 이씨는 부모를 여의고 미국에 건너와 국방부 산하 연방보안국(NSA)과 보잉사에서 네트워크 보안전문가로 명성을 날렸고, 임원급인 보잉사 한국지사장 물망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져 한인사회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씨가 집을 나선 것은 이날 새벽. 전날에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3남매에게 “멋진 장난감을 사오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흔치 않았던 LA 출장 길에 올랐던 그는 결국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얼마전에는 결혼 15주년을 맞아 시계를 사주셨는데, 마지막 선물이 될 줄이야….” 부인 서정미(42)씨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지부터 막막하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씨가 서울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것은 34년전인 1967년. 14살 때(중2)형과 누나의 손에 이끌러 태평양을 건넜다. 5남매 중 막내로 2살때 부모를 모두 여의고 형과 누나의 손에 키워졌던 이씨는 이민후에도 혼자 힘으로 삶을 개척해야 했다.
고학으로 미 메릴랜드대와 명문인 존스 홉킨스대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치고 미 공군에 입대한 이씨는 미국방부 산하 연방보안국(NSA) 보안요원으로 10여년 이상 일하다 97년 처음으로 민간 회사인 보잉사로 자리를 옮겼다.
보잉사직원들도 “그는 항공보안시스템 분야에서 베스트였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그는 동포인 부인 서정민씨와 결혼 15주년을 맞았던 지난달23일 “나를 너무 의지하지 말고 하느님을 의지해라”는 말을 부인에게 남겼다고 가족들이 전해 마치 변고를 예감한 듯 하다.
서씨는 “아침 7시께 출장 가는 남편이 ‘사랑한다. 많이 보고싶을 거야(I'll miss you)’라고 말해 ‘조심하세요(Be Careful)’라고 말한 게 마지막 대화”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노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그의 누나(50)는 “부모의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했던 동생은 회사일도 제쳐둘 만큼 아들 대현이와 두 딸에게 지극한 부정(父情)을 쏟았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이씨가 다녔던 버지니아주 애쉬번의 크리스천 펠로십 교회는 15일 오전(현지시간) 추모예배를 갖는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